상단영역

본문영역

[목요세평] 我是他非(아시타비)

이종구 수필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1.01.21 03: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두 달이 넘게 시끄러웠던 미국 대통령 선거, 결국 의회 난입 사건이라는 역사적 오명을 입으며 1월 20일 Joe Biden이 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11월 3일 선거 시작 후, Donald Trump는 꾸준히 야당의 Joe Biden이 부정선거를 한다고 날을 세우며 소송하고 소란을 떨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그는 또 의회 난입 사건으로 임기를 며칠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하원의 탄핵을 받은 희한한 사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가만히 살펴보면 ‘내로남불’의 주인공이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대학교수들이 한 해의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해서 발표한다. 2020년, 지난해는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다고 뉴스는 전했다. 처음 듣는 듯한 사자성어이기에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즉, ‘내로남불’을 뜻하는 한자어라고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니 아시타비가 딱 어울린다.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는 모르나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로남불’은 적어도 로맨스를 할만한 나이에 든 사람들이 사용하고 뜻을 이해할 수 있지만 ‘아시타비’는 어린 학생들도 이해하고 사용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을 수없이 겪게 되고, 그중에는 기쁜 일과 마음 상하게 하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일 중에 내 잘못, 내 실수로 일어난 일을 반성하며 앞으로 잘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 도리이고, 수양을 쌓아가는 일이다. 그러기에 논어에 증자는 오일삼성(吾日三省) -하루에 세 가지 자신을 반성한다고 했다. 남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친구에게 믿음을 주는가? 배움을 잘 실천(전)하는가?(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반성(反省 : 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봄)은 잘못함을 돌이켜 보다 나은 올바른 쪽으로의 방향 선회를 의미한다. 그래서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은 일기 쓰기의 주목적이 반성해야 함을 강조했다. 일기장 검사를 받기 위해 어느 때는 하지 않은 잘못을 했다고 쓰고 잘못했다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거짓 일기를 쓴 적도 있었다. 아시타비는 바꾸어 말하면 반성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는 듯하다.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남의 잘못만 보게 되는 편견의 눈을 꼬집은 말이 아닌가 싶다.

2020년, 우리 사회는 생각지도 못할 여러 사건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covid19는 1년 내내 우리들 삶을 황폐하게 만들었고, 그에 따른 마스크 파동, 거리두기는 인정을 메마르게 했다. 오락가락 부동산 대책은 주택 매매가 보다 전세가가 높이지는 기현상을 유발했다. 정치권의 줄다리기와 남 탓하는 말들은 가뜩이나 힘든 삶에 희망을 주기보다는 국민의 편가르기로 정치에 무관심을 증폭하게 했다. 즐겁고 희망찬 소식보다는 암울한 소식의 연속이었다. 오죽하면 ‘아시타비’가 선정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1년, 신축(辛丑)년 소띠의 해(정확히는 설날부터)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처럼 외양간이라도 잘 고쳐 앞을 대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가 말이 없어도 열 두가지 덕이 있다’라는 말처럼 빈 깡통의 소리가 아닌 실천하는 덕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가는 연하장을 보면 하얀 소 그림이 들어있다. 천간인 辛(신)이 흰색을 나타내기에 올해는 백우(白牛), 하얀 소의 해란다. 그래서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는 축하의 말들이 오고 간다. 면역 예방약인 백신(vaccine)의 어원은 라틴어의 vacca(암소)란다.
소 해에, 아니 상서로운 하얀 소의 해에, 어원을 소에 둔 백신이 잘 보급되어 covid19가 종식됐으면 좋겠다. 아울러 2021년은 아시타비가 아니라 아시타시(我是他是) 하는 우리가 되어 정말로 국민 모두가 회합하고 단결하여 covid19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한류 열풍을 일으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길 소망한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