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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원의 교육夢] 학교에 무한책임 요구, 유감!…기본으로 돌아갈 때이다.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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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1.26 14:14
  • 기자명 By. 충청신문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
유진 언니! 우리 함께 가자. / 그래 서원아! 오늘 넌 3교시 자율활동 시간에 무슨 프로그램 할 거야? / 응, 난 요즘 우리나라 산과 바다를 그리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영탁 삼촌에게 어떻게 하면 산을 잘 그릴 수 있나 배우려고. 언니는? / 난, 일본과 온라인으로 접속해 만화가 미찌꼬랑 트로트와 만화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에 대해 협의해 보려고….

유진과 서원은 룰루랄라 노래를 흥얼거리며 기숙사를 나와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학습동으로 이동한다. 학습동을 들어가자니 출입문에 부착된 자동인식센서에서 ‘유진! 36.4도 체온 정상’하며 출입 차단기가 열린다. ‘삐! 서원! 38.5도 정밀검사실로 이동해 주세요’ 하며 출입 차단기가 열리지 않고 정밀검사실 방향의 진입문이 열린다. 어! 서원아! 나 교실 갔다가 정밀진료실로 갈게, 응 언니! 이따 만나….

위 상황은 위드코로나를 반영한 미래형 학교의 모습을 상상해 본 것이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수요자인 학생 스스로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학생들 스스로 자율적으로 교육내용을 정하고 이수해가는 그런 학교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10여 일 후면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쥐의 해 경자년이 마침표를 찍고 뚝심의 상징인 소의 해 신축년을 맞이하게 된다. 얼마 전 저명인사에게 신축년에 바라는 바를 인터뷰한 결과 거의 모두가 코로나 종식을 꼽았다.

학교 현장에서는 무엇이 소망일까? 많은 분들이 요즘 현안인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에 학교를 포함시킨 문제, 의심만 가도 학부모를 아동학대자로 신고해야함으로써 학부모와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문제, 학교밖에서 일어난 폭력도 학교폭력으로 다루는 문제, 더구나 학교폭력은 시효가 없어 재학중 사안에 대해 졸업후 수년이 경과한 후에도 취급해야 하는 문제, 재택 온라인수업 중에 일어난 사안도 학교에서 책임져야 하는 문제, 재학생이 아닌 지역내 아동도 돌봄 서비스를 해야 하는 문제 등 각종 사안에 대해 학교와 교원에게 무한책임을 지우는 문제를 코로나로 인한 원격수업 및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함께 또 다른 어려움으로 지적하며, 하루빨리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를 한결같이 소망하고 있었다.

최근의 학교 무한책임 사태를 보며 2000년 초 교육부 근무시절 대형산불 발생시 정부부처간 현안 협의를 함에 있어서, 산불 원인탐색이나 재발방지 대책논의에 집중하지 않고 학교에서의 산불예방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모 위원의 주장이 새삼 생각난다.

핵심에서 벗어난 그러한 주장은 요즘에도 계속되기도 하는데, 노인자살 증가를 막기 위해 초중고 자살예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거나, 스토킹 문제가 심각하니 스토킹예방교육을 실시해야한다 등 이런저런 문제만 생기면 학교 탓으로 돌리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우리 선생님들은 피곤하다.

그렇게 매사 교육 탓으로 돌리는 것이 맞다면 모 부부에 의한 자녀의 표창장 및 인턴활동확인서 위조나 모 교사의 교내시험 문제지 유출 등 범죄행위가 학교에서 부정입학 예방교육을 하지 않아서 일어난 것인가?

문제가 있으면 무엇보다 먼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원인에 따른 해결대안을 마련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대안을 찾는 핵심은 문제의 본질에 대해 돌이켜 생각하는, 기초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관건이다. 학교교육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학교교육의 기본인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하듯이 어려운 문제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방학에 근무지(학교) 외에서 연수를 할 수 있는 교사의 법적 권리를 강조하며 방학중에 하루도 근무하지 않으려는 일부 교직단체의 주장이 열심히 방학중에도 출근하는 많은 선생님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방학 중에 며칠만이라도 출근해 동료 교직원들과 교류도 하고 학생들과의 소통으로 학습지도와 상담도 하고 교실과 특별실 환기도 시키고 다음 학기 교육활동 준비를 위한 연구와 수업준비 및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스승으로서 교원이 의당 해야할 일이다. 옆에서 제자가 올바르게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제자를 사랑하는 것이 교원의 길이요 스승의 보람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선생님의 헌신과 학부모님들의 지원 덕택에 지난해에는 다행스럽게도 대전에서 한건의 학생자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올해엔 학생뿐만 아니라 단 한명의 시민도 자살이 없는, 나아가 아동학대나 노인학대, 학교폭력도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신축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서원아 괜찮아? / 응 언니! 옷을 얇게 입고 나서서 체온이 올라간 것 같아… 정밀검사 결과 이상없데… 이따 3교시에 영탁 삼촌과의 공부가 기대돼. / 나도 트로트와 만화의 연계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 빨리 교육활동실로 가자…

서원과 유진처럼 학생들이 모두 즐겁게 자신의 진로를 설계해 가는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한 신축년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려본다. 더불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대전시민의 모습이 넘쳐나는 하얀 소의 해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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