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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포스트코로나時代, ‘대화’는 핵보다 강한 무기(1)

홍만표 충남도 국제통상과장·지역정책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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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1.28 18:16
  • 기자명 By. 충청신문
홍만표 충남도 국제통상과장·지역정책학박사
홍만표 충남도 국제통상과장·지역정책학박사
중국 우한시에서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19로 인해 전세계적 삶의 방식이 급격히 달라졌다. 코로나 사태가 인류의 예측 범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팬데믹의 충격은 인류가 대비하기에는 그 파장이 크고 빨랐다.

이토록 급속히 전 세계가 위기에 빠진 이유에는 세계화가 있었다. 세계화라는 초연결망은 코로나를 지구촌 곳곳으로 퍼 나르는 고속도로가 됐다. 결국 바이러스의 급속한 침투와 확산를 막기 위해 각 국가는 서둘러 국경을 닫았고, 전지구적 네트워크의 기능은 정지됐다. 각자도생 시대가 도래하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던 옛 말은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는 말’로 바뀌었다.

2차 대전 이후 구축된 강도 높은 세계화를 바탕으로 성장과 혁신을 이뤄왔던 전 지구적 삶의 방정식은 폐기될 위기다. 하루아침에 세계화라는 부의 근원은 위기의 발원이 돼버렸다. 세계화에 동맥경화가 생기며 그동안 인류가 구축한 자유무역 질서와 번영을 위한 밸류체인이 뒤틀리고 있지만, 지혜롭게 벗어날 출구는 아득하다. 그동안 지구촌 모든 곳이 세계화적인 삶의 방식에 종속됐던 탓에 다른 삶의 방식을 잊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절실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뉴노멀’에 대한 열띤 논의가 그 증거다. 하지만 새로운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살아왔던 방식은 여전히 강력한 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지속해서 성장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욕망 구조에서 우리는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같이 예측불가하고 동시다발적으로 파생되는 새로운 지구적 위기는 투명하고 자율적인 시민들의 연대 없이 통제하기 어렵다. 세계적 위기는 세계적 연대가 요구되나, 지금 지구촌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연대보다 분열이 될 공산이 크다. 유례없는 위기 앞에 미국을 비롯한 각 국가들은 생존과 자조를 최고의 미덕으로 내세우며 대립과 분열의 시대를 선택하고 있는 탓이다. 이는 그동안 쌓아 올린 상호의존 시대를 마감하고 다시 무정부 상태의 세력균형을 추구하는 현실주의적 국제질서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20세기 현실주의적 국제질서로 회귀하고 있다. 국제질서는 만인과 만인이 투쟁하는 무정부 상태이며 인류 보편의 도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현실주의의 전제다. 인간과 국제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야만과 공포, 이익이며 국가가 추구해야 할 최고 목표는 자조와 생존이다.

소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 우리는 칸트와 홉스의 두 가지 갈림길에 서 있다. 그동안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바탕으로 칸트적 세계시민을 지향해 왔다면 이제는 홉스의 리바이어던으로 이삿짐을 챙기고 있다.

만인과 만인의 투쟁을 전제로 한 현실주의로의 회귀는 세계적 차원과 국가적 차원, 개인적 차원에 상호 침투하며 일어난다.

세계적 차원에서의 변화는 상호의존의 붕괴다. 유례없는 팬데믹 사태는 전지구적 불확실성을 급속히 확산시켰고, 상호의존 시스템을 크게 훼손했다. 이는 다양한 주체들이 자유와 협력, 제도와 규칙을 통해 무정부 상태의 야만을 극복하고 보다 평화로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의지가 후퇴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미-중 패권전쟁과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은 자유주의 상호의존 시스템의 몰락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현실주의적 외교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국가 간 블록화와 자국 우선주의, 반세계화와 각자도생, 무정부 상태에서의 힘의 우위 등 적의와 대립의 단어들이 국제질서의 무대를 점령하고 있다.

더욱 우려할 점은 자유주의 국가들의 전체주의로의 전향이다. 자본주의적이고 소비주의적인 풍토에 길들어진 자유주의는 풍요로울 때는 유하고 부드럽지만, 위기가 닥치면 자신의 쾌락과 이득을 지속해서 지키기 위해 전체주의를 선택한다.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쾌락과 소비의 욕망을 지키려면 이웃에게 비용을 전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때 이를 근린궁핍화 정책이라 불렀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민주적 감수성의 후퇴와 전체주의적 정서의 강화다. 팬데믹이라는 위기 앞에 개인들은 자신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가에 의존하는 방법을 선택했고 자율보다 통제를, 연대보다 고립을 선호하는 게 미덕이 됐다. 개인보다 전체가 앞서고 자율보다 통제가 우선하며 연대보다 고립을 선호하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힘을 잃는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은 코로나가 불러온 부정적인 변화에 더욱 민감하고 취약한 상황이다.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시아는 현실주의적 정서가 어느 곳보다 풍성하게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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