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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평등명절 보내셨습니까?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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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2.16 14:58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고강도 거리두기로 어느 때보다 힘겨운 설 명절이 지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코로나 19로 가족, 친구, 지인들과 만남의 정을 나누지 못하고, 문자나 통화로 간단 안부를 확인하는 연휴를 보낸 듯 싶습니다. 장거리 이동과 가족간의 모임은 예년보다 많이 줄어 들었고, 모인 가족들도 마음 편히 모여앉아 오순도순 정을 나누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설 연휴동안 이동을 자제하고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와 평등한 돌봄과 가사분담을 내용으로 하는 가족 실천 캠페인을 실시하였습니다. 가족 친지에게 비대면으로 인사와 격려의 덕담을 남기고, 간단한 설날 메시지를 전하면서 몸은 멀어도 정이 넘치는 행복한 설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1999년 추석 즈음부터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시작했던 ‘웃어라, 명절!’ 캠페인은 모두가 즐겁고 평등한 대안 명절문화를 만들어보자던 움직임으로 주목을 받으며 이어져 왔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머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명절스트레스 증후군’을 앓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결혼은? 취직은? 아이는?”이란 사적인 질문을 듣는 누군가는 피하고 싶은 명절일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과 추석이 다가올 때마다 ‘온 가족이 즐거운 평등명절을 만들자’는 캠페인은 여성에게 집중되는 가사노동으로 인해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하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건강한 가족문화를 정착시켜 가자는 취지였습니다.

'언택트 명절’문화가 낯설지는 않은 현실이지만 명절 직후에 나타나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상황은 여전한 가 봅니다. 명절 직후에 법률상담소를 찾아와 이혼 문제를 상담하는 경우도 아직은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그 날 하루에 발생하는 문제라기보다는 그 이전까지 쌓여있던 여러 갈등문제가 명절을 시점으로 폭발하기 때문입니다.

한 지인은 몇 년 전 추석에 시장보기부터, 차례 음식만들기, 설거지, 뒷정리까지 대대로 해오던 일들을 묵묵히 몸 부셔져라 해오던 어머님께 명절연휴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어머니가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 골목길을 생전에 한번 거닐어 보고 싶다는 의외의 말씀을 하셨답니다. 아버님도 돌아가셨고, 어머님도 연로하신 차에 명절을 다른 방식으로 지내보자는 제안을 하려고 꺼낸 말이었는데, 그 해 추석에 어머님이 살았던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본 이후 그 집의 명절문화는 어머님이 하시고 싶은 일을 함께 하는 것으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가족마다 전통이 다르고, 지켜오는 문화가 다릅니다. 웬만하면 명절노동을 멈출 수 없는 대가족부터, 차례도 지내지 않고 모여 간단한 식사만 같이 하는, 경우에 따라서는 각자 집에서 음식을 장만해서 모이기도 하고, 명절 때 한 두끼의 식사는 남자들이 준비하는 집까지 다양합니다.

어떠한 형태의 명절을 보내든 명절에 들이는 누군가의 시간, 노동, 돈, 노력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마운 것이고, 그 대가로 가족 모두가 정말 즐거운가 질문이 필요합니다.

“노동은 공평하게” 함께 전 부치기, 식사준비 함께하기, 설거지 함께하기, “함께 준비한 가족에게 표현하기” 고마워요, 사랑해요, 토닥토닥 안마하기, “쉴 때 온 가족이 함께 민속놀이 즐기기”, “음식은 적당히 준비하기” 등 평등명절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의 내용처럼 남편과 육아‧요리를 나누어 하고, 청소는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다 먹지도 못할 차례음식은 대폭 줄이고 먹을 만큼만 만들어야겠다는 명절 전 다짐들은 잘 지켜졌는지 궁금합니다. 가족들이 모두 모이지 못한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장남이라서, 맏며느리라서, 맏사위라서, 시어머니라서, 며느리라서 어느 한쪽에 무게가 편중되지는 않았는지...

올 추석 명절은 함께 참여해서 더 즐겁고, 더 행복한 명절이 되기를,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웃을 수 있는 즐거운 명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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