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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with corona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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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2.23 20:0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1년여 전만 해도 covid19은 그저 독감의 일종으로 이전의 신종플루나 mers 처럼 적당 시기가 지나면 가라 앉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하루 하루 전해지는 뉴스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전했고, 급기야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의 생활화라는 생소하고 낯선 생활에 우리들을 순응하게 했다.

어느 날 아침 문득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아니 벌써 머리가 희여졌나“라는 생각을 하며 매매일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 온 것과 마찬가지이다. 낯설은 생활 모습도 점차 익숙해져간다. 앞으로 지난 삶을 회고할 때, 이제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이야기 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Post-covid19 즉 포스트 코로나라고 했다. 그런데 종식되지 않는 요즘의 양태를 보면서 많은 사회학자들은 With-covid19, 위드 코로나라고 한다.

외출시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다(미 착용시 입장 거절과 범칙금 부과) - with corona의 대표적 산물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부모는 직장에 출근하지 못하며 집에서 컴퓨터 화면이나 스마트 폰 화면으로 수업 시간을 채우고 업무를 처리한다. 이 또한 with corona의 대표적 산물이다. 직장인들은 일자리를 잃고 또 일자리를 찾는다. 손님 없는 상점에서 주인은 폐업을 걱정한다. 처음 들었던 ’재난지원금‘ 이란 말도 익숙해졌고, ’집합금지‘라는 말도 익숙해지며 먹고 살 길을 국가에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불과 1년여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다. 노란 민방위복장은 공무원들의 일상 근무복이 되어 어쩌다 정장으로 뉴스 화면에 출연하는 공무원들을 보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WHO에서는 covid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또한 여러 변종이 생기게 되어 결국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with corona 시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추석에 이어 올 설에도 정부는 예방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과연 고향에 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을까? 어느 방송사는 유명 관광지의 숙박시설이 조기 마감됐다고 보도를 했다. 코로나를 핑계로 고향에 가지 않고 여행을 간 것이다. 부모 자식간의 정 마저 흐리게 하는 것 또한 with corona 시대의 단상이다. 가족간에도 음식을 먹을 때 자기 그릇에 덜어 나누어 먹어야 한다. 함께 먹는 우리 전통의 공동체감이 사라져 가는 것은 아닐까?

집콕을 하며 어느새 코로나에 순응하다 보니 corona blue(코로나 우울 : covid19의 장기화로
활동량이 줄어들고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신체와 정신 이상의 큰 변화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하는 신조어),라는 말이 나오고, corona red(코로나 블루를 넘어선 상태로 장기화되는 감염병 상황에서 생겨난 우울이나 공포 등의 감정이 분노로 폭발하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라는 말이 나오더니, corona black(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을 넘어 좌절, 절망, 암담함 등을 느끼는 증상의 신조어)이란 말가지 등장했다. 결국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사전을 찾아 보니 with- ’함께‘, ’더불어‘, ’같은 의견으로‘ 등으로 풀이된다. 참 좋은 말이다. ’함께한다‘는 말은 마음과 뜻과 행동이 맞고 통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긍정적으로 바랄 때이다. 문 대통령도 1월 7일 신년사에서 ”선도국가를 향해 힘차게 함께 가자“라고 했다. with는 참 좋은 말이다, ’함께‘라는 말 속에는 공동체 감과 우리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아프리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힘을 합치고, 도움을 주고 받는 긍정의 말 ”함께=더불어“이다. 그러나 코로나 만큼은 한발짝도 함께 가기 싫다. 이런 ’함께‘라는 긍정의 부사어가 covid19로 부정의 말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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