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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원의 교육夢] 미인가 종교시설 사안 처리, 행정의 효율과 협업을 생각한다.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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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3.02 14:35
  • 기자명 By. 충청신문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

향단아! 소문 들었어? 너는교회인가, 너도서당인가에 아이들이 모여서 밤에도 노래를 불러서 동네가 시끄럽다고 하던데. / 네, 아씨. 바다건너까지서당이라고 간판까지 달고 함께 생활한다는 데 역병이 걸리면 어쩌려나 몰라요. <중략>
예방! 너는교회 역병 점검 결과 어떻게 되었나? / 네, 사또. 거시기 허가받지 않고 불법으로 유사 서당을 운영해 간판 떼고 벌금 부과 처리했사옵니다.

교육, 종교, 문화 등의 업무를 모두 예조에서 담당하던 조선 시대였다면 최근의 종교시설 사안이 위와 같이 일사천리로 처리되었을 텐데……

행정이 복잡해지고 사무가 많아지면서 정부 조직은 점점 커지고 분화되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조직이 출범하며 조선시대 예조에서 하던 일 중에 교육(학교교육, 사회교육, 평생교육 등), 종교, 문화예술, 체육에 관한 사무는 문교부가, 외교에 관한 사무는 외교부가 관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1961년 문교부가 교육부와 문화부(문화공부부)로 나누어지고, 다시 1983년 체육부가 출범하면서부터 당초 문교부 소관이던 문화예술, 종교, 사회교육, 한글교육 등은 문화부로, 체육과 청소년 등의 업무는 체육부로 이관되었다.

이후 교육부는 2001년에 교육인적자원부로, 2008년에 교육과학기술부로 변경되었다가 2013년 다시 교육부로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정부조직 변경 과정을 거쳐 현재는 문화예술, 종교, 사회교육, 국어교육, 체육교육, 청소년사무를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과학기술교육은 과학부(미래창조과학부)에서 담당하게 되었고, 2010년대에는 몇몇 학교의 소관 부처도 교육부 외의 부처로 이관되어, 현재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는 문체부에서, 한국과학영재학교는 과학부에서 관장하고 있다. 이렇게 소관부처를 정하고 위계(도-시-군-구)에 따른 관청을 두는 것은 행정처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다부처 연관 업무로 인해 소관 부처 지정에 애를 겪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때에 부처간 협업이 필요하다.

최근 방역 위반으로 문제된 미인가 학원(또는 학교) 형태의 학교밖 교육을 운영한 종교시설 문제는 원칙적으로 지역의 방역, 종교교육 및 학교밖 청소년 사무를 관장하는 지자체 소관 사항으로, 당시 담당구청에서 행정의 효율과 협업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발휘했더라면 발생 초기에 원만히 해결되었으리라.

만약 당시 해당 지역의 학원과 학교를 관장하는 교육지원청과의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졌다면, 보고에 있어 행정 위계 상의 오류(시청이 아닌 시교육청에 문서 일방적 발송)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행정 위계 오류는 교육청의 공문 반려로 끝나지 않고 구청과 교육지원청간 협력을 통한 효율적 해결을 놓치는 결과도 초래하여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행정조직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보면 당시 교육청에서 문서를 접수해 협업하면 되지 않았냐고 할 수 있지만, 실상은 ○○군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 ○○군청과 ○○군교육청이 상호협력하여 해결할 것을 ◇◇도청도 아닌 ◇◇도교육청에 문서를 발송한 것으로, 행정절차의 오류요 비효율적 과정이었다.

행정절차의 오류는 도청과 도교육청, 군청과 군교육청 간의 협업에 지장을 초래하게 됨은 불문가지이다. 더구나 해당 종교시설이 해당 교육지원청 인근에 위치하였다는 사실이 소재지역에 대한 이해 부족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물론, 교육청의 처리과정에도 아쉬움이 있다. 소관 사항이 아니어서 문서를 반려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구청에 동일지역 사안을 담당하는 교육지원청과의 협력을 안내하였다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미인가 유사 교육시설에 대한 방역에 조기에 집중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차제에 20여년을 교육행정가로 재직한 전문가로서 조언하자면 행정처리를 함에 있어 동료와 자주 소통하고, 경험 많은 선배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합리적으로 사무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행정사무의 양은 증가하고 질은 복잡해지고, 내용이나 절차에 대한 불만 민원도 많아지게 되므로, 혼자의 생각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다수 혹은 관련 단체, 내부인만이 아닌 외부인도 포함한 다각적 검토를 거치는 것이 합리적 해결의 가능성을 키우고, 혹여 문제 발생 시 책임도 나누게 된다.

또한, 기존의 것을 변경하는 경우 일시에 대폭 변화시키기보다는 점진적 변화를 시도하고, 개선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바탕으로 상급자의 결재를 받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일부 민원을 해소하고자 수년간 계속해온 내용을 변경했다가 도리어 더 큰 민원을 일으켜 곤경을 겪는 경우도 자주 보았다.

행정은 공문으로 말한다. 하나의 일 처리나 공문서 작성 시에도 중요한 내용은 반드시 상급자의 결재를 얻어 시행하고, 결재과정에서 상급자가 이견을 보일 때에는 그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필요한 경우 외부전문가의 의견도 수렴하여 합리적으로 조정, 처리하는 것이 올바른 방안이다.

신속한 시일 내에 너도학교, 나도대학 등의 각종 유사 학원 또는 학교 밖 교육시설이 등록과 인가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철저한 방역 속에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언제 어디서나 건강하고 즐겁게 공부하게 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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