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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코로나 19 위기 ‘빵과 장미’를 위한 변주곡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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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3.23 15:3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일상에서 요구되는 돌봄, 주변 환경을 깨끗이 하는 청소, 고객의 불편을 제기하는 민원 응대는 주로 누가 담당하고 있을까?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고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평소 그 고마움에 대해 잘 체감하지 못하는 무수한 그림자 노동. 주변에 항상 있지만 존재감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그 분들은 ‘투명노동자’라 불린다.

지난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방직공장 여성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타 숨진 동료들을 기리기 위해 루트거스 광장에 모였다.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를 요구하며 인간답게 살기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여성들의 절박함이 113주년이 지난 오늘날은 좀 나아졌는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여성들이 차별없는 사회, 보다 평등한 일상을 요구할 때마다 ‘요즘은 여성 상위시대’이고 ‘역차별도 많다’는 것이 중론이고, ‘남자들도 힘들다’고 항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러한 반박이 아주 틀린 말이 아닌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사회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훨씬 가혹한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코로나 19가 전해준 삶의 고통에서 대다수 남성들도 예외일 수 없지만,

콜센터 노동자, 청소 노동자, 판매원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다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비정규직 여성들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많은 여성들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도 여성이란 이유로 먼저 해고되었다. 여성 중 상당수는 임시‧일용직에 종사하고, 여성노동자 5명 중 1명은 노동 관련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여성들은 높은 교육을 받고도 취업과 일터, 사회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 재난마저 여성에게는 더 가혹해서 2020년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25.5%나 늘어나면서 ‘조용한 학살’이라는 탄식도 나왔다.

고용위기는 곧 생존의 위기를 의미한다. 고용과정에서의 성별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일과 돌봄을 병행하는 여성노동자는 돌봄의 공백으로 인해 일터에서 먼저 밀려난다. 통상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여성노동자 중에 작년에 일터에서 밀려난 여성 일시휴직자는 49만 9천명으로 2019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고, 증가세도 멈추지 않는다.

'세계 여성의 날’ 113주년을 맞은 2021년 3월 8일에도 여성들은 혹독한 현실 앞에 서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은 과거의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여성들의 절박한 현실을 직시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들을 마련해 가는 성찰의 날이어야 한다. 돌봄노동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지고, 여성들의 오랜 노력과 투쟁으로 평등을 향해 전진해 왔던 한국 사회는 다시 뒷걸음치고 있다. 여성에게 더 평등하고 안전한 일자리,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취업과 실업, 돌봄노동에 대한 정책들이 좀 더 정교하게 기획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3월 8일이 세계 여성의 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발렌타인데이는 알아도 세계여성의 날은 모른다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사랑, 열정, 기쁨, 아름다움을’ 꽃말로 하는 붉은 장미를 보니 촘촘히 붙어있는 장미꽃잎이 왠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꽃잎을 보면 서로를 보듬고 격려하는 여성들의 연대의 힘이, 뾰족한 가시를 보면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의 투쟁의 힘이 느껴진다.

코로나19 방역과 치료의 최전선에서 온몸을 바쳐 일하고 있는 여성 간호사들, 소리없이 그림자 돌봄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사회 구석구석의 무수한 여성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보낸다. 현재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여성차별 해소, 여성의 권리확대, 일상의 성평등 실현에 함께 하겠다는 다짐과 반성의 마음을 장미꽃 한 송이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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