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침을 열며] 사람의 향기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1.04.04 14:46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얼마 전 우연히 TV를 보다가 ‘앵커의 시선’이라는 모 방송국 뉴스 채널을 시청하게 되었고 잔잔하게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 관련 내용을 캡처하게 되었다. 주제는 ‘사람의 향기’라는 단어였는데 진행하는 기자의 2가지 에피소드 중에서 알파치노와 크리스 오도넬 주연의 영화 ‘여인의 향기’는 나 역시 어릴 적 영화관에서 감명있게 본 영화이기도 하였다.

영화의 핵심은 이러하다. 자살 여행을 떠나는 부유하지만 앞을 볼 수 없는 퇴역 장교와 미국의 명문 고등학교에 다니는 가난한 고학생 찰스 심스의 이야기를 통하여 삶의 참다운 가치는 돈도 명예도 사회적 명성도 아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람 간의 ‘순수’와 ‘용기’이며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의 '향기'임을 말하고 있다. 앵커의 핵심이었다. 영화를 감상했을 때 그 당시 내 나이는 30대 초반이었는데 메시지가 존재하는 큰 영화였었고 내 삶에 있어서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도록 깨우침을 부여한 영화이었다고 기억한다. 솔직히 시력을 상실한 알파치노가 아름다운 가브리엘 엔워(Gabrielle Anwar)과 'por una cabeza'에 맞춰 탱고를 추는 장면이 너무 멋졌던 것이 그 이유일 수도 있다.

중국 고사에 '화향(花香) 백리하고, 주향(酒香) 천리하며, 인향(人香)은 만리한다' 는 말이 있다. 즉 꽃의 향기는 십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우리들은 사람을 만날 때 상대방의 용모나, 목소리 그리고 매너를 경험하게 되고 그 기억들을 오랫동안 간직하게 되며 그리고 추억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만의 독특한 향기를 사용하여 상대방의 뇌속에 각인시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냄새는 한번 각인되면 그 기억은 몇 년의 시공간을 뛰어넘더라도 언제든지 불러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700년대 프랑스 파리는 생활환경이 너무 열악하였으며 사람들은 잘 씻지도 않고 그 역겨운 냄새는 사람에게도 거리환경에서도 심각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냄새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향수󰡑를 만들고 찾기 시작하였으며 󰡐향수 문화󰡑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 ‘향수’ 의 소설 배경도 파리이다.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스물다섯 번에 걸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주인공 그루누이의 악마적인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이며 영화로 상영되기도 하였다.

꽃은 나무가 피워내는 최고의 아름다움이고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향기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꽃은 저마다의 향기가 있으며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진한 향을 맡을 수 있고 좋은 향기일수록 오래도록 멀리 간다고 어떤 시인의 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요사이 나이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주위의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나의 한마디 한마디에 빗질하고 기름을 바르고 인생의 세련미를 나누고자 노력을 나름하고 있다. 무심코 매일 바라보는 벽 가장자리 시계 안에는 세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한다. 성급한 사람, 무덤덤하게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 그리고 느긋한 사람. 우리는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그것을 즐기고 이용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니, 모두가 각양각색이다. 이성적으로 고민해보면 나의 말 한마디가 사실 나의 인격이고 나의 품위며 상대방에게는 아름다운 작은 배려가 될 것인데 나의 향기로 승화하기에는 앞으로 좀 더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할 듯하다.

벚꽃 비가 아파트 주변 길가를 풍성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나 밤에 거실문을 통하여 바라보는 그 아름다운 벚꽃의 자태는 내 눈에다 담아두고 은은한 커피의 향기는 내 마음에 젖혀본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