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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장애와 관련해 사라진 말들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꿈제작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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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4.07 16: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꿈제작소 대표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꿈제작소 대표
언어는 시대를 반영한다. 시대가 지나면서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하기도 하고, 모두가 사용하면 신조어로 통용된다. 사회구성원이 사용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말이 있는가 하면 사회적 합의에 의해 사용해서는 안 될 말로 규정해 사용하지 말자는 의식 운동을 통해 소멸시키는 말도 있다. 사회가 합의해 몰아낸 말을 사용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의식이 부족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장애와 관련된 용어 중에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소멸한 말이 참으로 많다. 대개는 장애인을 얕잡아 부르는 용어들이다. 표현하기조차 꺼려지지만 작심하고 말해본다면 과거에는 장애인을 가리켜 ‘병신’이라고 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표현이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낮고 남을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못했던 시절에 사용하던 저급한 용어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무개념한 사람들을 발견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람들이다.

한때는 ‘불구자’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고, ‘장애자’라는 말을 거쳐 ‘장애인’이 통용어로 자리를 잡았다. 잠시나마 ‘장애우’라는 표현을 쓰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 또한 부적절하다고 하여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가장 적합한 용어라고 여겨 ‘장애인’이란 말이 공식 용어로 자리 잡는 데까지는 퍽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보편적인 용어로 자리 잡아 누구랄 것 없이 보편적으로 장애인이란 용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가 사회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준다. 하나하나 예를 들어 보겠다. 시력에 이상이 생겨 앞을 보지 못하거나 현저히 낮은 시력을 가진 사람을 과거에는 ‘봉사’ ‘장님’ ‘소경’ 등으로 불렀다. 심지어는 속담 등에서도 ‘소경’ ‘장님’ 등의 용어는 흔히 사용됐다. 하지만 이제는 쓰지 않아 사회에서 추방된 말이다. ‘시각장애인’이란 표현이 바른 표현이다. 정착단계지만 아직도 시대의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과거의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뀌어야 한다.

청력에 장애가 있는 이들을 과거에는 ‘귀머거리’라고 불렀다. 이 또한 없어진 말로 이제는 ‘청각장애인’이라고 부른다. 누가 들어도 ‘귀머거리’는 신체적 장애를 얕잡아 일컫는 표현이다. 그런 말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다. 언어생활에 장애를 가진 이들을 부르는 말도 과거에는 ‘벙어리’란 말이 쓰였다. 이 말 역시 얕잡아 일컫는 말로 사용해서는 안 될 말이고, 사회에서 추방당한 말이다. 그러니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될 말이다. 실수로라도 이런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밖에도 신체적 장애를 비하해 부르는 표현은 차고 넘친다. 허리가 심하게 굽은 사람을 ‘꼽추’라고 부르는 말도 ‘척추장애인’이라고 순화해서 불러야 한다. 다리가 불편해 일어서고 걷는 게 불편한 사람들을 ‘앉은뱅이’라고 부르던 말도 이미 구시대의 언어이다. 지성인이라면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될 용어이다. 선천적으로 윗입술이나 입천장이 갈라지는 질환이 있는 이들을 ‘언청이’라고 부르는 용어도 순화해서 ‘구순구개열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누군가를 비하하는 모든 용어는 대체 사용할 말이 있다. 순화된 용어,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을 용어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맞다. 누군가로부터 “그럼 벙어리장갑은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언어장애인 장갑이라고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벙어리장갑’을 대체할 말로는 ‘엄지장갑’ 또는 ‘주먹장갑’, ‘손모아장갑’이라는 말이 선정되었다. 이렇듯 모든 용어는 아름답고 품위 있는 용어로 대체할 수 있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다. 품위 있는 말을 사용해 자신의 인격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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