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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다시, 반민특위(反民特委)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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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4.22 18:04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언제부턴가 우리는 ‘토착왜구’ ‘원조친일’ 같은 반일 감정 표현들을 자주 접하고 있다. 주로 일본의 주장에 대해 동조하거나 그들의 입장을 옹호하는 이들을 조롱할 때 쓰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에 앞장 서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다른 시각’ 차원과는 본질을 달리한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런 억지 논리를 펴는 이들에게 토착이니 원조니 하는 별칭을 붙임은 민족 정서상 당연하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부정과 왜곡으로 잠재된 반일감정이 램지어 논문 왜곡과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최근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가 논문을 통해 위안부가 강제로 끌려간 것이 아니며, 돈을 벌기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매춘부라고 단정했다. 근거 없는 그의 주장은 국내외 학계에서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일본의 일방적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결정은 기름을 부은 격이다. 원전 오염수는 흔히 말하는 세슘 요오드 제논 등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섞여있는 물이다. 이런 물질들이 바다로 방류되면 해양 생물에게는 치명적 영향을 준다. 그러니 인접국가인 우리나라가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친일적 언행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램지어 교수의 왜곡된 논문에 대해 ‘학문적 자유가 인정돼야 한다’며 옹호한다. 그중 한사람인 박유하 교수는 오염수 방류에 대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칠 걸 알면서도 강이나 바다에 오수를 흘려보내는 파렴치한 나라가 아니다”고 대변한다. 일본인의 절반 정도가 방류를 반대하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그가 뼛속까지 친일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심지어 윤봉길 선생의 후손인 윤주경 국회의원까지 “친일청산 주장으로 국론을 분열 시킨다”며 광복회 김원웅 회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다 광복회원들에게 “나대지 말라‘는 쓴 소리를 들었다.

이렇듯 소신의 정도를 넘어 당당하게(?) 친일 행보를 하는 사례가 늘어가자 소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반민특위를 반드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본의 죄악에 대해 편들고 역사를 왜곡하는 자들을 징벌하는 법 제정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반민특위 후손 모임도 ‘반민특위 습격사건, 경찰청 사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반민특위 습격 사건에 대한 경찰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반민특위가 70여년 만에 다시 거론되고 있는 셈이다.

'반민특위'는 ‘반민족행위 특별 조사위원회’의 약칭이다. 정부 수립 이전 ‘친일잔재청산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 시도했지만 미군정의 거부로 무산됐다. 재헌 국회에서야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반민법)’을 통과시켰다.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지만 대통령 이승만은 “반민특위가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반되며 안보상황이 위급한 때 경찰을 동요시켜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후 특위는 국회프락치사건과 경찰의 특위습격사건을 겪으면서 와해되었고, 결국 반민특위 폐기법안 통과로 더 이상 민족반역자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해방 직후 친일파 척결로 민족정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였지만 미군정은 친일파를 대거 등용하였다. 이승만 역시 정권 장악과 유지를 위해 특위 활동을 방해하고 무력화했다. 친일파 청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았음에도 용두사미 특위로 인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었다. 그 결과 친일세력에게 부와 권력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지배세력으로 군림하는 길을 열어주었고, 그 후유증이 지금 토착왜구와 원조친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도 간간히 나치 전범 기사가 외신으로 보도된다. 올해만 해도 독일의 검찰은 나치 수용소의 하급자로 일한 100세 남성을 기소했다. 또한 나치 수용소에서 비서로 일했던 94세 여성이 1만여 건의 살인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에서도 나치 수용소에서 일했던 95세의 노인을 추방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그는 나치 부역 사실이 들어나 본국(독일)으로 추방됐다. 미국인들은 당시 19세였던 그의 처지가 이해는 되지만 추방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위 당시 한 신문의 사설은 "과연 민족정기는 죽지 않았다. 보라, 눈부신 특위 활동을! 우리는 기대한다. 반민족 행위 처벌은 결코 보복적인 감정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신을 살리고 사리사욕 때문에 민족을 파는 반역자가 다시는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교훈적 의의가 크다" 고 정의했다. 지금이라도 반민특위를 다시 해야 함이 역사적 사명이 아닌가 싶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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