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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초대석] ‘스며든다’ 국악계 아이돌 이윤아

15살때부터 17년간 다져진 소리꾼, 중독성 있는 진한 호소력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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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4.28 19:16
  • 기자명 By. 황천규 기자

- ‘고리타분’ 국악 패러다임 통째로 흔드는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

- “국악원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공연으로 시민 삶에 위안 되는 것 행복”

 

◼ 대담 = 황천규 기자

 누군가 말했다. “인생은 사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고.

이렇듯 우리 모두 가슴 한 켠에 자그마한 슬픔을 안고 산다. 태생적인 것이다.

생업에, 학업에 톱니바퀴처럼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때문에 이를 잊고 살 뿐이다.

그러다 문득 구성진 가락에 실린 애절한 노래 한 소절에 울컥 심연에 가라않았던 그 무언가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러면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진짜 서러울 때 실컷 울어본 사람은 안다. 개운하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인 소리꾼 이윤아가 그렇게 만든다.

천상의 악기는 목소리이다. 타고 났다. 애절함 그 자체이다. 중독성 있는 진한 호소력이다.

읖조리듯 나지막히 가사를 치는 테크닉이 남다르다.

지난해 말 한 TV 프로에서 그는 ‘엄마’라는 노래를 열창했다.

심사위원들은 눈물을 훔치느라 본분을 잊었다.

같은 프로에서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도 불렀다.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판소리를 기본으로 한 가창력 때문이다.

“삐에로는 전통 창법에 가요 창법을 가미한 것이다. 판소리곡풍으로만 하면 감정을 못느낄 수 있어 연구를 했다. 가요에 소리를 녹여내기가 참 힘들다."

이윤아는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졌던 국악 패러다임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

이 때문인지 그는 국악계 아이돌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 수 1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그는 꾸준히 이 곳에 영상를 올리고 있다.

팬클럽도 있다. 이름은 '유나리' , 속뜻은 ‘윤아앓이’다. 회원은 5000명 정도.

그의 노래를 한 번 들으면 헤어나올수 없느냐는 자신감이냐 묻자, 쑥스럽게 웃는다. "팬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2015년 '너목보'라는 TV 프로에 나온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때 부른 곡이 '쑥대머리'와 가수 거미의 '아니'이다. 지금도 유트브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홍보 영상도 찍었다.

이윤아를 지난 22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만났다.

소리꾼이라 한복을 단아하게 입은 모습을 기대했지만 캐주얼한 청바지 차림이었다.

통통 튀는 신세대, 그 자체였다. 어디에서 그런 애절한 노래가 나오는지 매치가 되지 않았다.

사과아가씨 대회에 언니와 나란히 나가 각각 선, 미를 차지했다. 끼가 감지된다.

그는 2014년 4월 국악원에 들어왔다.

어느덧 7년, 판소리 입문 17년이 됐다.

서른 둘 나이에도 내공이 감지된다. 15살때부터 다져진 소리꾼이기 때문이다.

충남 예산이 고향인 그는 중2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의 재능을 어머니가 제일 먼저 알아본 것이다.

공주가 낳은 명창 박동진 수제자인 김양숙 관장에게서 사사를 받고 있다.

초등학교 때는 사물놀이 클럽활동으로 국악과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릴적부터 소리꾼으로 살아왔다. 예산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목원대학교 한국음악과와 대학원을 나왔다. 이런 인연으로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이 됐다.

국악이 무엇인가요?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망설임없이 바로 답이 돌아왔다.

"우리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국악을 흘러간 전통문화로 인식하는데 지금도 면면히 내면에 흐르고 있는 우리네 가락이 국악이다."

국악인이 대중가요를 부르면 전통을 훼손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조심스럽지만 소리가 대중에게 더 다가갈 있도록 대중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국악가요을 하면서 TV 프로그램에 나가기전 많은 생각을 했다. 가요를 부르지만 전통을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전통은 전통대로 지켜져야 한다.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다. 저로 인해 대중들이 국악과 좀 더 친숙해졌으면 한다."

TV에 출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디지털 싱글앨범도 4장 냈다. 2016년 '하루만'이 첫 앨범이다. 최근에 나온 음반 '다소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애뜻하게 사랑한다’는 순 우리말이다. 직접 작곡, 작사했다.

"이리도 어여쁜데/이리도 단미한데/어찌 그리 간다 말입니까/님의 뒷모습으로 세상은 한이 되고/내 모든 게 허우룩해집니다.(후략)

가사 자체에서도, 곡에서도, 그의 목소리에서도 사랑에 대한 절절함이 잘 녹아있다.

"예쁜 우리말이 참 많다. 작사는 초보 수준이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소리꾼이 되고 싶다는 이윤아다.

단원과 국악가요인으로 양쪽 일을 하기에 힘들지 않냐고 하자 "무대에 서면 더 신이 난다. 코로나 때문에 자주 설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천상 타고난 소리꾼이다.

"국악 많이 사랑해달라, 저도 노력하겠다. 지금은 코로나로 공연장에서 자주 뵙기 어렵지만 온라인 공연 등을 통해 꾸준히 찾아 뵙겠다. 새로 나온 앨범도 많이 사랑해달라. 자주 얼굴 비추는 국악인이 되도록 하겠다."

시립연정국악원으로서의 소망을 묻자 "국악원에서 국악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리려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좋은 공연으로 팍팍한 시민들 삶에 위안이 되는 단원이 되겠다"고 명쾌하게 답했다.

가장 좋아하는 판소리는 적벽가 새타령이라는 그다.

"조조가 전쟁에 패하면서 많은 군사들이 생을 마감한다. 이들의 영혼이 새가 되어 조조를 원망하는 내용이다. 군사 중에는 갓 태어난 아이를 떼놓고 전장에 나간 이도, 노부모를 봉양해야 할 아들도 있다. 그 많은 설움과 처절함이 잘 녹아있다."

그의 애잔한 목소리, 정서와 맞닿아 있다.

"제 소리를 듣고 위안을 받았다는 이들이 있다면 그게 가장 큰 행복이다, 우울한 감정은 사그라뜨리고 행복감은 배가 시키는 그런 소리꾼이 되도록 하겠다."

이윤아가 꿈꾸는 생활 속 국악. 국민 모두가 판소리 한 가락은 부를 수 있는 그런 미래를 그리는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정리 = 권예진 기자 kwonyeahjin@daily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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