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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이기영의 작품 ‘고향’ 속에 묘사된 천안

이노신 호서대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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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5.13 10:51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노신 호서대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이노신 호서대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한국의 대표적 근대소설작가인 민촌 이기영은 천안이 고향이다. 원래 출생지는 아산 세출리이나, 어릴 적 현재의 천안 안서동 부근으로 이사 온 이후 거기서 터를 잡고 성장하였다. 그의 소설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고향’이다. 천안사람으로서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작품 속에 묘사된 주 무대인 읍내와 원터가 어디인지 정확히 짚어내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소설‘고향’에서 필자가 가장 흥미를 느끼고 인상 깊었던 장면 가운데 하나는 작가 이기영이 주인공 김희준의 눈을 통해서 변화한 고향의 풍경을 묘사하는 대목이다. 이기영은 바로 작가 자신의 소설 속 자아이다. 5년 만에 동경 유학에서 돌아온 김희준은 대규모 제사공장과 철도가 들어서고 큰 시가를 이룬 고향의 모습에 매우 놀라워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철(私鐵)은 원터 앞들을 가로 뚫고 나갔다. 전선이 거미줄처럼 서로 얽히고 그 좌우로는 기와집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읍내 앞 큰 내에는 굉장하게 제방을 쌓았다. … 양회 굴뚝에서는 제사공장이 높은 담을 두르고 … 검은 연기가 밤낮으로 쏟아져 나왔다. … 저녁때 정거장에서 차를 내려서 본정통으로 새로 된 시가지를 보고 신설한 제사공장을 보고 놀란 것은 … 시골 읍내가 아주 대도회지로 변한 것이었다.”

작가 이기영의 고향은 바로 충남 천안시 안서동이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호서대 천안캠퍼스와 상명대 천안캠퍼스 근처이다. 이기영은 바로 안서리 저수지(천호지) 건너편에서 성장하고 활동하였다. 작가가 이 작품을 쓸 무렵 안서동 앞으로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국철(國鐵)이 아닌 사철(私鐵)이 지나갔었다. 그것은 충남 천안과 경기도 안성을 잇는 안성선이었다. 이러한 천안 안서동의 풍경이 그대로 그의 작품 고향 속에 위와 같이 “사철(私鐵)은 원터 앞들을 가로 뚫고 나갔다.”라고 묘사되고 있다.

사철은 일제강점기에나 존재했던 국가가 아닌 민간회사에서 운영하는 철도였다. 해방 이후 사철이었던 안성선은 국철로 편입되었다가 1989년도에 완전히 폐선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두 국철 또는 공공철도이지만 지금도 일본에 가면 민간회사에서 운영하는 사철이 상당히 많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요즘에는 사용하지 않는 제사공장이라고 묘사된 공장이 있는데, 이것은 바로 90년대까지 천안에 있었다는 전국에서도 손꼽았던 큰 방적공장(충남방적)과 방직공장(충남방직)을 가리키고 있다.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00고등학교 바로 옆에도 큰 제사공장이 있었으며, 천안역 부근에도 거대한 제사공장들이 즐비해 있었다.

소설에서 묘사한 것처럼 이러한 제사공장들은 일제강점기에 건설되었다가 해방 후 충남방적과 충남방직으로 개편되었다. 그 이후 90년대 중국과 수교하면서 섬유산업이 사양 산업화 되어 모두 폐쇄되었으며, 제사공장 부지도 아파트가 대신 들어서게 되었다.

또한 ‘높게 제방을 쌓은 읍내 앞 큰 내’는 바로 그러한 제사공장들과 중심 시가지가 형성되었던 천안역 근처를 가로질러 흘러가는 천안천이다. 천안천은 현재도 천호지 제방에서 흘러 내려와 단국대 앞을 거쳐 천안 시외버스 터미널 뒤로 흘러서 천안역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민촌 이기영이 소설‘고향’에서 천안천을 ‘읍내 앞 큰 내’로 묘사한 이유는 지명 그대로 천안의 중심을 흐르는 천안을 대표하는 하천이기 때문이다.

소설‘고향’의 공간적 무대인 원터라는 지명도 80년대까지만 해도 안서동과 주변 지역을 천원이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하는 것 같다. 현재의 천안은 천안과 천원을 합쳐서 된 것인데, 과거에 이기영의 고향인 안서동은 천원에 속했었다. 따라서 작가는 자신의 고향 지명인 천원을 소설 고향에서는 원터라고 변형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이기영 작가의 소설‘고향’의 무대인 원터는 천안시 안서동을 중심으로 반경 3~5Km 이내의 일제강점기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토록 대한민국의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이기영의 소설작품 고향이 천안시 안서동 부근을 배경으로 집필되었다는 것은 천안 지역의 문학적 자산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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