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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K-나눔’

유창기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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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5.13 17: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유창기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회장
유창기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회장
얼마 전 배고픈 형제에게 선행을 베푼 치킨집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폐업을 생각할 정도로 본인 역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치킨집 간판 앞에서 쭈뼛거리는 형제를 불러 배불리 먹이고,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를 깎아주기도 했다고 한다.

치킨이 먹고싶다며 보채는 어린 동생을 달래려고 나갔는데 주머니에 5천원밖에 없었다는 형은 “성인이 되면 사장님처럼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해당 치킨집의 본사로 편지를 보냈다.

얼마 전 만난 천안에서 광고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뇌경색 발병 이후 병상에서 생활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이 심했는데, 봉사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고 한다.

적십자 봉사원이기도 한 그는 술, 담배를 끊은만큼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기업·단체 월 10만원 이상 정기후원 프로그램인 ‘바른충남기업 캠페인’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 국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람들”이라며 “코로나19 청정국가, 청정지역이 될 때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조금씩이라도 나눔에 동참하자”고 눈을 반짝이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5월은 흔히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기념일이 많아서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따뜻함을 나누어야 하지만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도 자기 몫을 나누고 남에게 베풀고자 하는 이타심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로부터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불편함의 정서가 온기를 앗아가고 편견과 불신만 남게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덜어낸다.

1905년 대한제국 칙령으로 설립되어 올해로 창립 116년을 맞는 대한적십자사는 전세계 192개국 적십자사와 함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구호활동을 펼치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오고 있다.

적십자 운동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국적, 인종, 종교, 이념을 떠나 가장 위급한 이에게 가장 먼저 구호를 실천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인간의 고통을 예방하고 덜어주며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한다.’는 정신 아래 인도주의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운동의 창시자는 제1회 노벨평화상 수상자 장 앙리 뒤낭이다.

이탈리아 독립전쟁 중 ‘솔페리노의 전투’를 목격한 그는 아군과 적군 구별 없이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구호요원을 보호하는 국제구호단체의 필요성을 느꼈고 ‘솔페리노의 회상’이라는 책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세계에 알렸다.

이 책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설립과 제네바 협약의 계기가 됐다.

전 세계 적십자사는 장 앙리 뒤낭의 생일인 5월 8일을 ‘세계적십자의 날’로 정하고 해마다 이날을 기념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친다.

올해 세계적십자의 날 주제는 ‘멈출 수 없는(Unstoppable)'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지 벌써 1년 3개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음에 불구하고 연일 5-6백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여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는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국가적 재난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은 위기 극복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의료진의 헌신과 위험을 무릅쓴 시민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 역대 재난 성금 중 최고액을 기록한 코로나19 성금 모금, 혈액수급 위기 사태에 기꺼이 자신의 혈액을 내어준 헌혈자 등 우리 스스로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나누는 ‘나눔’이야말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최고의 백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부를 통해 행복을 나누는 이들이 이 시대에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숨은 영웅이며, 기부의 실행은 곧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나눔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류가 있는 곳에 고통이 있고 고통이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다.’는 이념 하에 우리가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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