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妙蓮 이설영의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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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5.17 17:0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설영 시인
이설영 시인

그땐 몰랐습니다

엄마의 고귀한 사랑의 언어들을

세월의 강물 속에 무정히 흘려보낸 채

무작정 세월의 손에 이끌려온 거친 인생의 산엔

밝은 빛 하나 없는 험한 가시덩굴에 온통 불구덩이뿐이었습니다

외면의 시간 끝에 찾아온 시련이

어찌나 혹독한 서릿발인지

이 못난 자식이 거친 산을 하나씩 넘을 때마다

당신의 가슴도 갈기갈기 찢겨져 갔다는 것을

깨달을 나이가 되었을 무렵 그제야 엄마가 보였습니다

이미 쇠약해지다 못해 초라한 빈 껍질 마냥

희미한 눈으로 실을 꿰고 있을 때

빈약해진 관절에 찬기서려 자주 넘어질 때

추운날 연로한 몸 일으켜

일터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냥 가슴이 메어왔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들 오는 날이면

어미새는 가냘픈 양 날개에 먹거리 실어 날으며

음식 가득 차려 놓고 넉넉한 하늘마음으로 어린 새들을 기다립니다

오랜 세월 동안 오로지 자식들만 바라보며

가슴 깊이 묻어둔 외로운 사랑 먼저 간 반쪽을 그리며 살아온 시간

모진 삶의 무게 짊어진 그 날들이 세월의 거울 속에 비춰지면

얼굴 구석구석 깊이 파인 아픔의 잔주름 사이로

고독한 엄마의 생이 지나갑니다

그 아까운 시간을 동여메려다 잡히지 않아

지난 날들을 돌아보니 후회만 가득하지만

그 누가 뭐래도 내 자랑스운 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하늘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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