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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어머니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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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5.19 15: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가정의 달 5월. 특히 어버이날이면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하늘나라로 가신지 반백 년도 한참 넘는 세월이 지났건만, 지금도 곁에 계신듯함은 ‘어머니’ - ‘엄마’이기 때문인가보다. 지난 세월 돌이켜 보면 어머니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속상하게 해드린 것만 생각나는 것은 이제야 철이 들어서인가….

‘악장가사’와 ‘시용향악보’에 전해오는 고려의 속요(俗謠) 중에 ‘사모곡(思母曲)’이란 노래가 있다. 가사는, “호미도 날히언마라난/ 낟가티 들리도 업스니이다/ 아버님도 어이어신 마라난/ 위 덩더 둥셩/ 어마님가티 괴시리 업세라/ 아소 님하/ 어마님가티 괴시리 업세라(※고어 표기를 현대 표기로 하였다)”이다. 대략 ‘호미(밭을 매는 농기구)도 날(날카로운 부분)이 있지만, 낫(풀을 베는 농기구)같이 잘 들(베어질) 수 없습니다. 아버님도 어버이시지만, 어머님 같은 사랑을 주실 수 없습니다. 아, 임(세상 사람들)이여, 어머님같이 사랑을 주실 분이 없습니다’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즉, 어머니의 사랑이 아버지의 사랑보다 크다는 것을 호미와 낮에 비유하여 소박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끔 뉴스를 장식하는 자식을 위한 어머니 헌신 이야기는 듣는이들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TV 조선’에 방송되는 ‘엄마의 봄날’은 어머니들의 헌신적인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엄마가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행복하다’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엄마’는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고 안식처이다. 그러기에 70을 넘은 나이에도 엄마가 보고 싶다. 곁에 계신다면 철없던 시절, 마음 상하게 해드렸던 일들을 하나하나 꺼내 사죄하고 싶다. 있는 힘껏 매일, 매시간 어머니를 모시고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 걷지 못하신다면 24시간 업고라도 다니고 싶다. 그 따스하고 아늑한 품이 그립다.

그런 데 요즘 “어떻게 엄마들이 저럴 수 있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보곤 한다. 정말 놀랄 일이 벌어진다. 모든 국민의 울분을 산 ‘정인이 사건’, 아이가 뒤바뀌었으며 유전자 검사에서도 딸로 나오는 데 아니라는 친모의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혹한 속에 ‘내복만 입고 집을 나온 아이 사건’, 아픈 아이를 집에 두고 게임방에서 밤새도록 게임을 한 엄마, 때리고, 발로 차고, 팥쥐 엄마보다도 더한 모습 등 우리 주변에서 수시로 보도되는 아동 학대 및 사망 사건을 본다. 마음 아프고 속상함보다도 더 놀랄 일은 가해자들이 ‘엄마’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어찌 자기 배 속에서 나온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을까? 흔히 부모-자식 간을 천륜(天倫)이라는 말로 대변한다. 인륜(人倫)을 넘어서는 말이다. 부모-자식 간은 사회적이나 인위적인 관계로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당연히 이어지는 관계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힘없는 부모를 봉양하는 일 - 효(孝)가 자식으로서 최고의 도리로 지켜져 오고 있는 것이다. 비록 자식이 불효해도 부모들은 인내로 참고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삶을 지켜왔다. 부자자효(父慈子孝)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주 전해지는 아동 학대 사건, 그것도 10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이 대상이 되고 있음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5월, 가정의 달, 무엇보다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이때, 우리 아이들이 엄마 품에서 사랑을 체득하며 걱정 없이 자라기를 바란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인성이 대체로 6, 7세 이전에 성립된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trauma는 시간이 지나도 치유가 잘되지 않아 정신적 고통이 심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기에 어린아이들에게 마음 아픈 기억이 없는 어린 시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따듯함이고 아늑함이 함께하는 사랑의 원천임을 기억하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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