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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국립충청국악원이 필요한 이유

최혜진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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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5.24 15:31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혜진 목원대 교수
최혜진 목원대 교수
충청도에서 국립충청국악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본격적인 유치운동이 벌어진 지도 어언 3년이 되어간다. 그간 충청권은 물론 강원권, 전남권 등에서도 국립국악원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저마다 자기 지역의 국악 자원을 홍보하고, 국립기관 유치를 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하지만 기재부나 문체부 등에서 이러한 염원과 노력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국립국악원에 대한 각 지역의 열망은 높지만, 현실적인 벽은 여전히 높다.

필자는 국립충청국악원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연구하고 많은 발표를 한 바 있다. 그것은 내 고향의 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때문이기도 하고, 충청권 전통문화에 대한 보존과 전승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충청권이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 국악 자원의 역사적 가치와 예술적 우수성이 지대하기에, 우리 지역의 문화를 국가적으로 보존,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변함이 없다.

국립충청국악원이 설립되면 먼저 백제와 동아시아음악에 대한 연구, 사멸할 위기의 중고제문화에 대한 부흥과 전승이 체계적으로 지원되어 음악적 원류를 밝히는 데 기여할 것이다. 경기 남부지역부터 전라도 북부 지역까지를 포괄하는 백제 왕도의 중심지답게 백제문화의 찬란했던 음악 문화가 연구되어야 하고, 중국과 일본을 연결했던 우리 음악의 우수성이 제대로 밝혀져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조선 후기 판소리와 산조, 춤을 배태시키고 거대한 흐름을 이루었던 충청지역의 명인 명창들이 살아나고 그들이 이루었던 전통음악의 원류가 제대로 대접받아야 한다. 판소리의 최초 명창 최예운은 물론 백낙준의 거문고산조, 심상건, 박팔괘의 가야금산조, 한성준과 김석창의 판소리와 춤의 세계 등은 그 역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였다.

근대 이후 전라, 경상의 정치적 싸움 속에서 충청도는 스스로 위축되고 예술적 전승의 주도권을 상실했던 시기가 있었다. 충청권 국악 자원은 시조나 풍물, 민속예술로 근근이 유지되면서 우리 충청예술의 독자적 예술문화를 많은 부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초연구조차 소홀해지고 문화적 독창성을 찾기도 어려워졌다. 충청도의 국악은 정체성 없는 혼효인 듯 여겨지기까지 하였다. 충청인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삶의 음악이 곧 국악이요 전통문화인데, 우리 스스로가 우리 것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립국악원의 충청분원 설립은 그래서 이 시기에 꼭 필요하고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가지고 있는 자원조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 음악은 음악만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춤, 노래, 놀이가 함께 삶 속에서 존재했다. 의례와 놀이가 하나인 것처럼 국악과 삶 역시 하나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지역의 음악, 충청도의 문화적 자부심을 세우고 내세울 필요가 있다. 충청도의 음악은 양반들이 미학이 살아 있고, 고졸하고 겸손한 삶의 철학이 담겨있으며, 충청인의 정서가 편안하면서도 멋스럽게 살아있다. 지역의 문화가 살아야 대한민국의 문화가 살아나는 것이며, 문화 분권을 위해서도 충청지역의 국립국악원 설립이 매우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현재 충남지역에는 천안 충남국악관현악단, 부여 충남국악단, 공주 충남연정국악단이 시도의 출자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악단은 각기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기능상 한계가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이들 국악단과 국립국악원의 관계를 상호협력적으로 설정하고 지역문화의 발굴과 국립국악원의 지원, 명품공연과 시민교육 등 사회적 책무를 감당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립충청국악원 최적의 입지는 공주라 할 수 있다. 사통팔달의 도시이며 세종, 대전과 이미 상호협약을 통해 메가시티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주나 오송 등 충북권과의 접근성도 가장 좋다. 젊은 국악인들이 활동하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준비된 도시이기도 하다. 지역국악원과 국립국악원의 상호연계로 시민들에게 가까운 곳에서 수준 높은 국악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국립국악원이 하루빨리 설립되어야 한다. 우리 지역의 국악은 물론 살아있는 국악, 친근한 국악을 누리는 문화적 권리가 충청인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부는 문화적 주권을 위한 국립국악원 설립 예산을 시급히 편성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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