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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갑자기 온라인, 코로나19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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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5.27 15:41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석가탄신일까지 많은 행사가 있는 5월이다. 5월은 이렇게 다양한 행사 외에 날씨가 좋아 놀이공원이나 야외로 나가면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다. 그리고 이런 일들로 인해 외식할 기회가 많아지고 지출 역시 다른 달에 비해 많아지게 된다. 필자의 아이들은 어린이날 한 달 전부터 어린이날에 갖고 싶은 선물을 받기 위해 ‘무엇이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다시피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갖고 싶은 것이 계속 변하였다.

어린이날 필자는 둘째와 셋째를 데리고 집 근처에 있는 창고형 장난감 판매장에 갔다. 중학교에 다니는 첫째는 어린이날 선물을 받기보다 돈을 받기를 원해서 같이 가지 않았다. 장난감 가게에서 필자는 아이들에게 살 수 있는 장난감 가격의 한도를 알려주고, 사고 싶은 장난감을 고를 수 있도록 하였다. 아이들에게 수학 시간에 배운 큰 수의 개념과 돈 계산 방법을 장난감 가게에서 실제 적용해 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아직 돈과 수의 개념을 잘 모르는 셋째는 형의 도움을 받아 갖고 싶은 장난감을 골라왔다. 장난감값은 둘째가 필자의 카드를 이용해 결재하도록 하였다. 옆에 있던 셋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듯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코로나19가 생기기 전에 어린이날은 할머니께서 아이들에게 편지가 담긴 봉투에 용돈을 넣어주시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샤부샤부 식당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왔다. 아이들은 이 보답으로 어버이날에 손으로 쓴 편지와 카네이션을 할머니께 드리곤 했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로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어린이날을 잘 보내고 다음 날 학교에 가기 위해 잠자리에 들은 후, 아이들 엄마에게 밤 11시쯤 학교에서 문자가 왔다.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겨 내일부터 전교생이 온라인 수업을 한다는 것이다. 둘째와 셋째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071명, 교직원이 102명이나 되는 초거대학교이다. 순간적인 방심이나 부주의로 학교가 코로나19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첫째는 학교 일정대로 어린이날이 있는 주에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였지만, 이제 갑자기 둘째와 셋째가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었다. 필자와 아내는 내일 아침에 해야 할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 준비를 하게 되었다. 아침부터 아이들 셋이 동시에 온라인 수업을 하므로, 누가 어떤 기기로, 어디서, 어떻게 학습할 것인가? 의 문제였다. 그리고 오전부터 문제가 생긴 컴퓨터 모니터를 사용할 수 있을지 점검하였다.

첫째는 핸드폰으로 자기 방에서 실시간 수업을 들으면 되고, 셋째는 거실에서 TV로 EBS 방송을 보고 학습꾸러미를 하면 된다. 문제는 둘째인데, 둘째는 평상시 온라인 학습을 할 때 거실에 있는 컴퓨터로 e학습터, 담임 선생님과 함께 실시간으로 공부하였다. 이제 둘째와 셋째의 온라인 학습 시간이 겹쳐 둘째가 사용할 컴퓨터를 안방으로 옮겨야만 했다. 컴퓨터를 안방으로 옮긴 후 켜보니 역시나 아침부터 문제가 있던 모니터가 잘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할머니 댁에 있는 모니터를 빌려와 둘째의 학습 준비를 완료하였다.

아침이 되어 세 아이의 온라인 학습이 동시에 시작되었고, 아이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온라인 학습이 잘 진행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필자는 아이들의 온라인 학습을 확인한 다음, 둘째와 셋째가 다니는 학교의 코로나19 문제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 대전시에서 운영하는 ‘대전광역시 코로나19 현황’ 홈페이지와 지역 신문의 기사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다른 내용의 문자가 왔는지 아이들 엄마에게 몇 번 물어보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고 하였다. 물론 아이들에게 검사가 필요했다면 오전에 연락이 왔을 것이다.

지난 4월 초 동구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CCTV에 찍힌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학생들의 얼굴과 학교 실명이 신문에 적나라하게 나온 것과는 달리 어떤 내용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겼다는 문자가 왔을 때, 필자는 네 가지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 확진된 아이와 우리 아이들 반과의 거리,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지, 동선이 겹치는지, 전수검사의 여부였다.

이 문제를 확인하기 위하여 두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 학급 전화로 통화를 여러 번 시도했지만 되지 않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가정통신문을 통해 담임 선생님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줬지만, 지금은 알려주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대전광역시 코로나19 현황’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감염병관리과(042-270-4023)에 전화했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 작년에 필자의 어머니께서 살고 집 2층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 소독 일정 등을 묻기 위해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필자는 오후 5시쯤 대전광역시 교육청에 전화해서 아이들 학년과 반을 알려주고 네 가지 내용을 물어보았다. 전수검사는 인력이 없어 못 하고, 동선은 겹치지 않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급식실에서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6학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예측은 2주 후에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둘째가 친구들과 놀고 집에 와서 몇 학년 몇 반 아이가 확진자라고 말해 줬기 때문이다. 그 당시 아이들은 같은 반의 친구가 오랫동안 결석하면 누가 확진자인지 알 수 있었다. 만약에 둘째의 말이 맞는다면, 교육청 관계자의 말은 잘못됐다. 물론 급식실에서 동선이 겹쳐지는 정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교육청 담당자의 설명은 정확한 것이 아니었다.

다행스럽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1명의 확진자만 나왔지만, 필자는 아이들의 학교에서, 교육청에서, 대전시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특히, 학교는 4월 초 고등학교의 경우처럼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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