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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펜트하우스(Penthouse)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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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6.06 14:24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Penthouse’란 말은 빌딩의 지붕이라는 뜻으로 원래 최고층 즉, 가장 좋은 전망을 보유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아파트나 호텔 등 고층 건물의 꼭대기 층에 있는 고급 주거공간을 말한다. 물론 우리가 기억하는 펜트하우스는 모 방송국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하다. 사실 이 드라마가 유명해진 이유는 첫 번째가 인기배우들의 열연과 자극적인 소재가 많아서 일 것이다. 두 번째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과 잘못된 모성애로 인해 인간들이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들을 다룬 이 드라마를 통해 인간의 소중한 꿈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가 기본적으로 다양한 펜트하우스를 꿈꾼다. 그러면 사람들의 끝없이 높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이고, 그들이 꿈꾸던 맨 꼭대기 층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꼭대기 층까지 오른 그들은 과연 지금 행복할까!

요로 다케시가 쓴 '고양이만큼만 욕심내는 삶'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인간이 스스로 인간이 아닌 고양이가 되었다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고양이는 세상일에 관심을 두지 않고 타자와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양이의 시선을 가지면 마음을 상하게 하는 세상일과 거리를 둘 수 있고 󰡐나󰡑를 위해 사는지 돌아볼 수 있다. 또한 고양이는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먹는 것과 자는 것, 오늘 하루 무사하면 그걸로 만족한다. 결론은 인간은 고양이만큼만 욕심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나이가 되어 나의 소원이 있다면 그저 세상에 휩쓸리지 않는 단단한 말과 생각, 삶의 태도이며 현명하게 나이 들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두 딸에게 적당히 탐하고 알맞게 오늘을 사는 법을 유산으로 선물하고 싶다.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의 가치관에 물들게 된다. 세상이 요구하는 더 큰 성장, 더 높은 효율 그리고 쓸모에 대해서만 생각하다 보면 결국 세상이 아닌 ‘나’의 삶에서는 뭐가 중요한지 잊게 된다. 눈만 뜨면 죄를 짓는 것만 같고 사람들과의 소통에서는 늘 칭찬보다는 평가와 비판만 존재하고 서운함과 불편함으로 내 영혼은 피폐해진 너덜거림으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나이에 걸맞은 지혜로운 어른이 되고 싶다면, 세상에 휩쓸리지 않는 단단한 펜트하우스의 주인이 되고 싶다면 자신만의 언어와 진실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일본의 쓰레기장에서는 해마다 수십억 원의 돈이 죽은 자의 쓰레기에 섞여 버려진 것을 발견한다고 한다. 미국의 부자들은 자기가 평생 모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노년에 하는 일이며 빌 게이츠를 비롯한 부자들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그룹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한다. 그러나 한국의 부자들은 재산을 온갖 편법을 동원해 자손에게 물려주는 일을 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부자들이 사는 옥탑방은 펜트하우스, 서민들이 사는 옥탑방은 그냥 서럽고 막막한 눈물의 꼭대기 층 단칸방이다. 그러나 서민들의 펜트하우스에서는 친한 사람들끼리 함께하는 바비큐 파티의 추억이 있고, 작은 텃밭을 일궈 상추나 깻잎 정도는 쉽게 바로바로 먹을 수 있는 경제적인 득템이 있으며, 햇빛이 쨍쨍한 날에는 옷이나 이불 등을 일광건조 할 수 있는 효율성도 있다. 아울러 담배 피울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흡연자들은 옥상에서 눈치 볼 필요 없이 편하게 흡연을 즐길 수도 있겠고, 취준생들이 취업이 안되는 날 탁 트인 하늘을 보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도 있다. 윗집과 옆집이 없어 불필요한 소음에 노출되는 것도 피할 수 있겠다. 이 정도면 서민들의 펜트하우스가 어쩌면 최상의 사람 냄새 제대로 간직한 주거공간이 아닐까! 사실 우리들의 펜트하우스는 아등바등 치열하게 삶을 버텨내는 삶의 인센티브일 것이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지나치면 욕심이 되겠지만 그것은 좋은 욕심이 될 것이다. 음악을 많이 듣고 싶은 욕심, 아름다운 것을 자주 보고 싶은 욕심,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은 욕심은 삶의 무게를 지탱하게 해주는 이 시대 우리 모두의 따뜻한 욕심 즉 아름다운 욕망의 펜트하우스가 될 것이라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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