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을 어떻게 아세요?”
이 질문은 요즘 들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처음에 몇 번을 들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이 내가 누군가와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이 질문을 하기 때문에 질문하는 사람들의 마음 상태를 고민해보다가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살아가는데 어떤 사람과는 아무런 이유가 없이 친해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서로가 목적을 가지고 만남을 유지하기도 하고 아니면 한쪽에서는 아무런 바라는 것이 없는데 상대방은 뭔가 수를 가지고 인연의 고리를 유지합니다.
아무런 이유를 가지지 않고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지만 그 인연만큼 좋은 관계 설정은 없습니다. 아마도 무의식에서 나오는 기운이 맞아서 별것이 아닌 일도 이야기를 나누면 즐겁고 행복함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전해지는 속마음은 통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믿고 알기 때문에 위에서 이야기한 종류의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상황이 바뀌던지 다른 이들의 개입으로 그런 좋은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좋은 인연을 유지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저 사람을 어떻게 아세요?’라고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순수하지 못한 마음으로 말하지마는 목적이 있어서 다가오든지 아니면 상대방이 나쁜 인연을 가질까 봐 걱정되어서 묻는 경우입니다. 상대방이 걱정되어서 묻는 것은 좋은 인연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간섭이 되어버립니다. 간섭의 정도까지 간다면 그것은 순수하다기보다는 상대방을 자신에게 구속하려는 마음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목적이 있어서 맺어진 인연들은 서로의 목적이 맞으면 오래 유지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쪽에서 일방적인 목적을 가진 관계는 그 숨긴 마음이 탄로가 나고 나면 상대방의 마음이 그 목적을 가진 것을 포용하면 좋은 인연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서로의 관계가 깨지게 됩니다.
이상은 일반적인 경우이고 ‘저 사람을 어떻게 아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서 그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해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그와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남 욕하다가 나도 모르게 닮아버리는 마음의 삼투압 현상에 어느 순간 빠져 버린 것입니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나니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행운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으며 좋은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좋은 일들을 어떤 조건을 걸지 아니하고 하여야 되는가라는 것을 새삼 되새겨 보았습니다.
오래되어서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내가 ‘왜 이렇게 똥파리만 달려들지?’라는 말을 했을 때 옆에 있던 사람이 내 머리를 띵하게 하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 대답은 ‘똥이니까 똥파리가 끼지’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스스로 똥이 되어 버렸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꽃향기가 나면 벌이나 나비가 날아 들 텐데 똥이니까 똥파리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에서 마음의 삼투압 현상이라고 하였지만, 아직도 바르게 무르익지 않은 마음이기 때문에 그 현상에 빠졌던 것입니다. 만약에 바르게 무르익었다면 그 질문을 쫓아가다가 물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상대방의 마음을 다 포용을 했을 것입니다.
자신을 모르면
남도 모르고
나와 남을 모르면
세상의 진실을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