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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어려움 그리고 웃고 살기

도순구 전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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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6.26 09:17
  • 기자명 By. 충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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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불청객인 코로나19는 우리들의 삶에 엄청난 시련과 역경을 안겨주고 있다. 방문판매업의 폐업률이 2.4배이상 급증하는 등 대면형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소득의 불평등과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사라진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로 요즈음은 웃을 일이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과거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준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난 1960년대 후반부터 오랫동안 방영되었던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코미디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우리나라가 최빈국 중 하나이던 그 시절, 이 코미디 방영시간이 되면 작은 흑백텔레비전 앞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살살이 서영춘, 비실이 배삼룡 씨 등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들이 보여주는 연기에 즐거워하며 어려움을 잊곤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TV에서 코미디프로그램이 사라져 버렸다. 요즘처럼 어려울 때 TV 채널마저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참으로 아쉽기 그지없다.

‘코미디언 공식’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역설적이지만 불우해야 남을 잘 웃긴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부자가 되고 유명인이 되면 몸의 세포들이 허락하지 않아서 남을 웃기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유머는 슬픔에서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공직자로 근무하던 약 30여 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에는 직장 분위기가 상명하복의 위계가 분명하여 사무실 분위기가 매우 썰렁하고 경직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팀장인 한 선배가 특별한 제안을 하였다. 아침 일과에 들어가기 전 약 20여분간 ‘엔돌핀 티-타임’을 갖자는 것이었다. 부서장께서 아침 간부회의에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을 활용해서 자유롭게 웃는 시간을 갖되 팀원들이 돌아가며 가장 재미있는 웃음 소재를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후 우리팀은 아침마다 한바탕 웃고 나서 일과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며칠이 지나자 우리팀의 웃음소리에 자극을 받은 다른 팀까지 합류하게 되었다. 그런데 웃음 소재를 찾느라 서점에서 유머집을 구입하는 등 약간의 노력도 필요했지만 이후 왠지 모르게 아침이 기다려지면서 이 ‘엔돌핀 타임’이 직장생활에 활력소가 되었다. 지금도 그 당시의 동료들을 만나면 그때를 추억하게 된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삶의 비타민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한 체험이었다.

웃음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저술가인 헨리 와드비쳐는 ‘유머 감각이 없는 사람은 스프링이 없는 마차와 같다. 길 위의 조약돌을 넘어설 때마다 삐걱거린다’라고 했고, 세계적인 작가 허먼 멜빌은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가장 현명하고 간단한 답은 웃음이다. 인생의 모든 날중 최악의 날은 웃지 못한 날이다‘라고 회고했다.

혹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약점이 부족한 유머 감각에 있다고 지적한다. 조선 말기에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기록을 남긴 영국 여인 ’이사벨라 버드비숍‘은 우리나라를 “가장 재미없는 나라이다”라고 평가하였다고 한다. 그녀가 그렇게 평가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원인 중 하나는 ’잘 웃지 않는 국민들에 대한 서운함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역경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지도자가 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1981. 3월 불의의 저격을 받아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중 자신의 몸을 만진 간호사에게 “낸시의 허락을 받았느냐”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였다. 재선에 나선 토론에서도 상대 후보인 젊은 먼데일이 나이가 많은 자신을 공격하자 “나는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당신이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정치적 목적으로 결코 이용하지 않겠다”라고 둘러치는 탁월한 유머 감각으로 지지율을 급상승시켜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한 대학의 졸업식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축하하면서도 “C학점 받은 학생여러분!, 여러분들도 이제는 미국대통령이 될 수 있다”라는 조크를 날려 졸업생 모두를 배려하는 여유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렇다. 지금은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마음만이라도 여유를 갖고 웃음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한 중견 개그맨은 자신의 불행했던 결혼생활까지 코미디 소재로 삼아 국민들에 웃음을 주었다. 그의 용기와 재치가 대단하다.

고인이 된 천부적인 코미디언 김형곤 씨는 “국민들이 편안하게 웃으며 잠자리에 들게 하자, 심야시간에 방영되는 TV 사회고발 프로는 시청자들에게 불안한 꿈을 꾸게 하므로 이를 다른 시간으로 옮기고 대신 코미디프로를 방영하여 웃으며 편안히 잠들게 하자”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거울은 절대로 먼저 웃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 많이 먹고 너무 적게 웃는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가 영위하는 삶에서 억지로라도 웃음을 찾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팬데믹 시대이지만 다 같이 용기를 내어 웃음을 찾아갔으면 한다. ‘15초 웃으면 2일 더 산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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