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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은 약손

허영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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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7.04 15: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어릴 적 아픈 배를 엄마가 어루만져 주시면 신기하게도 다 나았던 기억이 있다. ‘엄마 손은 약손 우리 딸내미 배는 똥배’ 습관적으로 배가 아프면 배를 까고 누워서 엄마의 까슬까슬한 손마디가 배꼽에 느껴지도록  배를 슬금슬금 손으로 돌려가며 문지르며 불러주던 그 노래, 정말로 그러고 나면 아팠던 곳이 감쪽같이 사라지고는 했었다.

어릴 적 그 소녀의 배가 나은 것처럼 수많은 사람이 지금도 엄마 손의 약효를 경험하면서 자란다. 사실 효과 좋은 비상약들이 많이 있지만, 어머니들은 아프다고 칭얼거리는 자녀에게 약보다 먼저 ‘엄마 손은 약손’을  상용하고 있다.

엄마 손의 치료 효과는 과학적인 견지에서 여러 가지 근거가 있다. 먼저 이것은 placebo 효과에 기인한다. 플라세보(placebo 효과)는 실제로는 약효가  없으나  환자에게  약효가  있는 것처럼  믿도록  하기  위해  투여하는  약이다. 즉 믿음 때문에 고통이 사라지는 것으로 흔히 아이들은 어른들은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더군다나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늘 보호해 주는 할머니 혹은 어머니는 아이들이 가장 믿고 따르는 대상이 된다. 따라서 아이들은 당연히 할머니 손이나 엄마 손은 나의 고통을 반드시 없애줄 수 있다고 믿고 있어서 배앓이를 멎게 하는 것이다. 지난 2002년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에서도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 자녀의 신경조직을 자극해 정서적 안정과 신체 발육 등을 촉진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는, 어지럼증이 있을 때 피를 뽑는 치료와 아울러 ‘닭 우는 소리를 내라’는 주술치료 사례가 등장한다. 즉 그 시대 대부분 사람은 주술사가 하늘의 부름을 받아 신비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런 믿음을 지닌 사람들에게 주술사의 주술행위는 치료 효과가 사실 전혀 근거 없는 것일지라도 치료 효과가 존재하는 좋은 위약이 되었던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흔히 위와 장이 약한 사람에게 배 부위를 둥글게 마사지하는 운동을 권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배꼽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둥근 원을 그리면서 배를 꾹꾹 눌러주면서 쓸어주면 장운동이 활발해져 변비가 사라지거나 변이 노랗게 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다 아랫배의 살이 빠지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또한 엄마 손의 효능으로는 기를 주고받는 것이 치료 효과로 나타난다는 주장도 있다. 배를 쓰다듬을 때 엄마의 기가 아이에게 전달되면, 복부의 막힌 기운이 소통돼 아픔이 사라진다고 한다. 부가적으로 설명하자면 잠잘 때 두 손을 깍지껴서 윗배에 올려놓고 잠을 자는 습관을 지니면 손바닥의 기가 배에 전달되어 뱃속을 풀어 줌으로써 건강에 좋다고 한다.

어린아이의 배앓이가 생기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엄마의 사랑이 아쉬울 때 많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 주변에도 이러한 어른들이 많다.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이 배고플 때, 나에 관한 관심의 정도를 확인하고 싶을 때 사회적 배앓이는 늘 존재해 왔다. 이럴 때 우리가 자식을 쓰다듬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우리들의 따뜻한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해준다면 상대방의 배앓이는 곧 나을 것이다. 따라서 당신의 옆 사람이 사소한 질병으로 아프다 하면, 그는 당신에게서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것으로 판단해도 될 것이다.
 
‘placebo’의 뜻은 ‘나는 기쁠 것이다’이고 ‘Nocebo’의 뜻은 ‘나는 해로울 것이다’이다. 이들 단어의 공통점은 사람의 심리적인 면에 관여한다는 것인데 ‘placebo’는 긍정적인 사고를 ‘Nocebo’는 부정적인 사고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사형수를 형틀에 묶고 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계속 듣게 했을 때, 결국은 외부적 충격 없이도 죽음에 이르게 한 실험이 ‘Nocebo effect(노시보 효과)’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즉 노시보 효과는 어떤 해도 끼치지 않는 물질에 의해 병이 생기거나 나아가 죽음에 이르는 상황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 마무리글로 대신하고자 한다. 한밤중에 할아버지가 일어나더니 말했다. “할멈. 허리가 너무 아파, 파스 좀 붙여줘” 할머니는 귀찮지만 어두운 방 안을 더듬거려 겨우 파스를 찾아 붙였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붙여 준 파스 덕분에 밤새 편히 잠을 잘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아침에 할아버지는 본인의 등에 붙은 파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허리에 붙은 파스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화요리는 000에 주문해주세요. 전 지역에 5분 내로 배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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