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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象牙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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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7.11 16:31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코끼리는 죽을 때가 되면 한 곳에 모이는 습성이 있다. 몸은 썩어 없어지지만, 상아만큼은 마지막까지 남아 코끼리 무덤에는 상아가 쌓여 탑을 이룬다.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라는 상아탑(象牙塔)의 의미는 속세를 떠나 조용히 자신의 예술과 학문에 매진하는 지성의 상징으로 일컫는다. 이런 상아탑이 학령인구 감소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교육부가 대학 정원 감축을 골자로 하는 '대학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한 것도 이런 위기감에서 비롯되었다. 대학의 위기 극복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고등교육재정을 대폭 확충하고 대학 운영비를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될 때 안정적 재정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고 대학의 공공성 강화와 질 높은 교육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71년 만에 세계 무역 규모 10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키고 선진국 지위를 부여받은 것은 교육의 힘이다. 우리 국민의 높은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에서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고등교육은 사학(私學)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종교단체나 독지가들이 설립한 사학이 80%에 이른다. 한국 경제와 국가 발전에 사립대학들이 이바지한 공로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대학을 보는 세상의 눈길은 싸늘하기까지 하다. 외형보다 질적 성장 부족으로 국제경쟁력이 그리 높지 않은 까닭이다. 이 점은 우리 대학인들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세계 최저 출산율로 인한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다. 주요 원인의 하나로 교육비 중 사교육비 부담이 꼽힌다. 높은 교육열이 저출산을 초래한 셈이니 아이러니하다. 또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2010년까지 80%대를 기록했으나 2011년 이후 70% 중후반대로 떨어진 상태다. 이는 대학교육이 산업현장의 요구를 충족해 주지 못한 영향이 크다.

더욱이 국내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학생 모집부터 교육, 취업에 이르기까지 불철주야 노력해 온 대다수 대학인으로서는 자괴감이 든다. 정부는 구조개혁이라는 서슬 퍼런 칼날을 꺼내 들었다. 대학을 평가해 최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는 강제로 정원을 감축시키는 것이다. 평가 기준이 충원율과 취업률 위주여서 지방대학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지방대학들은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수도권 쏠림과 대학 선호 현상으로 신입생을 채우지 못한 지방대학은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기류에서 도내지역 대학가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신입생 충원 대규모 미달 사태에 직면한 대학들은 학과 구조조정, 조직개편을 고민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가 초·중·고등 교육 현장의 소멸 위기를 넘어 대학입학 자원의 고갈로 이어지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계, 기업, 지역사회 등이 함께 풀어야 할 국가적 현안으로 부상했다. 대학 위기는 곧 지방 소멸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 폐교로만 내모는 대학 구조조정은 지역 공동화 붕괴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는 만큼 정부가 자생력이 약한 대학에 재정 지원을 통한 대학 간 통합을 꾀해야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1982년부터 현재까지 39년간 전국에서 폐교된 초·중·고등학교는 3834개교에 달한다. 시골 학교뿐 아니라 지방 작은 도시 학교까지 폐교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충북의 누적 폐교 수는 253개, 충남은 264개에 이른다. 17개 시·도 가운데 충남은 6번째이고, 충북은 7번째로 많다. 폐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828개인 전남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 감소는 1998년 외환 위기에서 기인한다. 이 시기에 경제가 침체하고 출산을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 급기야 한국은 초유의 저출산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에서는 대학평가를 획일적인 정량 지표에서 탈피해 각자 설립 특성에 맞는 정성 평가 위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의 평가방식에 대해 불만을 가진 대학이 많았다. 국립대와 사립대, 수도권과 지방대학, 종합대학과 전문대학, 예술 등 특수목적 대학, 여자대학 등 다양한 형태를 아우르는 평가 기준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학 현장의 목소리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겼다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현실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학, 특히 지방사립대학들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우선 그 대학의 설립 목적에 맞게 특성화를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방대학은 해당 지역의 산업구조와 상통하는 교육과정을 갖추는 것이 핵심 요소다. 이를 위해 지역 산업구조를 체계적, 심층적으로 연구 분석해 지역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공급하여 지역 산업체가 요구하는 수준의 기능과 지식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이 과정이 국가가 요구하는 직무 능력표준(NCS)에 기반을 두어야 함은 당연하다. 또한 우리 대학들의 우수한 실습 시설과 강사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개발도상국들의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이다. 국내의 부족한 산업인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의 입국, 체류 조건을 완화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이제 대학은 더는 무풍지대가 아니다. 지방대학이 지역경제, 지역산업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의 장으로 탈바꿈하고, 대학의 본래 사명인 지식과 진리 탐구의 장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상아탑(象牙塔)’으로 거듭나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록 옷으로 갈아입은 교정, 초롱초롱한 학생들의 눈빛이 따스한 희망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대학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어려운 현실과 높은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가 어느 때 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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