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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시켜”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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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7.14 15:2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2021년이 되었나 싶었는데 어느새 7월이다. 아이들 같으면 여름방학을 기다리며 즐거워 할 때이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ovid19로 여름 추억을 날려 버릴 듯 싶다. 지난해 1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하고, 1년 반이 지났다. 그런 사이에 우리 생활은 알게 모르게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의식주, 모든 면에서 2020년 이전과 이후로 변화가 일고 있지만, 필자는 “시켜”라는 말에 우리의 정서가 변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본다. “시켜”는 ‘시키다’에서 온 말이다. ‘시키다’는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일이나 ‘음식 등을 주문하는 일’로 강제성을 내포하고 있다. 며칠 전 아파트 쉼터에서 이웃 친지와 쉬고 있는데, 친지의 손주가 “할아버지, 엄마가 점심은 ‘시켜’ 드시래요”한다. 그런가 했는데, 어느새 우리 집도 “시켜” 먹는 일이 일상화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시켜”가 강제성이 있고, 위·아래의 느낌이 있음은 나만의 편견일는지? 그래서 생각해 보니 “배달”이라는 말이 있다. 아파트 입구를 보면 하루에도 수십 차례의 택배 차량, 음식물 배달 오토바이가 왕래를 한다. 예전에는 중화요리 정도가 배달음식이었다. 필자의 경우 택배로 물건을 사고 보낸 일은 10여년 안쪽이다. 그것도 특별히 어떤 물건을 주문했을 경우에. 그런데 요즘은 일주일에 2-3건의 택배 물건이 현관 앞에 놓여진다. 시장을 보러 가기 보다는, 전화로 번호 몇 개 눌러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먹거리도 완제품으로 집까지 오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재활용 분리 수거의 날이면 아파트 마당에 각종 빈 상자가 산을 이룬다. 형형색색 갖가지 모양의 비닐·플리스틱 그릇들이 대형 마대를 몇 개씩 가득 채운다. 지난 가을쯤부터 보이는 현상이다. 그만큼 “시켜” 먹는 음식이 많아진 탓이다.

“시켜”보다는 “배달”이라는 말로 바꾸어 사용하며 좋을 것 같다. 물건을 나르는 기사분들에게도 인격적인 대우가 되고, 어린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시켜”라고 하는 부지불식간의 예절 없는 행동과 갑질적인 생각도 들지 않게 될 듯싶다. 배달이 잦아지니 출입하는 기사들의 오토바이나 차량에 의한 안전이 문제 되어 통행을 금지하는 아파트 단지도 생겨났다. 그래서 아파트 마당에 배달 문건을 쌓아 놓고 찾아가라는 진풍경이 연출된 뉴스도 보았다. 모두가 covid19가 가져다 준 변화되어가는 우리의 생활 모습이다.

배달 업체들은 업체들 나름대로 ‘새벽 배송’, ‘즉시 배송’, ‘총알 배송’, ‘로켓 배송’ 등의 경쟁 구호를 네세우며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분류와 배송의 업무가 혼합되어 배달하는 택배 기사분들의 업무가 엄청나게 늘고, 급기야 ‘과로사’라는 슬픈 현실까지 일어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는 예로부터 식사에 오복(五福 : 壽, 富, 康寧, 攸好德, 考終命)이 들어 있다는 말을 듣고 살아왔다. 아마도 삶에서 중요한 먹는 일이니 더욱 그러했을 게다. 그런데 음식에는 어머니의 정성과 손맛이 들어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통있는 종갓댁의 경우 장(醬)과 그 맛이 몇백 년 간 보존·계승되어 오고 있는 것은 장속에 숨겨 있는 조상들의 얼과 정신이다. 그래서 가을이면 손을 호호 불며 몇십 포기의 배추를 절이고 김장을 담가 왔다. 그런데 요즘은 김장을 사 먹는 경우가 많아 이 또한 어머니의 손맛과 정성을 잃어 가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covid19가 가져다 준 “시켜”의 생활 태도가 염려가 된다. 바쁜 생활에 간단한 식생활도 필요하지만, 어느 사이 우리는 가정의 전통,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얼과 어머니의 정성과 손맛을 잃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러면서 우리의 전통과 살아온 모습이 무가치 하게 사라져 가는 것은 아닌지 괜한 기우(杞憂)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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