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 경제를 따라잡았다는 사실은 국제기구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한국은 3년 연속 PPP(Purchasing-Power Parity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국내총생산)에서 일본을 앞질렀다. 2017년은 4만 1001달러 대 4만 827달러, 2018년 4만 2487달러 대 4만 1724달러, 2019년 4만 2728달러 대 4만 2239달러로 집계됐다. 물론 명목상의 GDP는 인구가 많은 일본이 앞서 있다. 2020년 기준 한국 1조 6310억 달러(세계 10위) 대 일본 5조 490억 달러(세계 3위)다. 주목할 것은 격차가 날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일본 추월과 관련해 일본 나고야대학의 하라다 유타가 교수는 현지 언론을 통해 ‘왜 일본은 한국보다 가난해졌는가?’라는 기고문을 실어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국제적으로 실질적 개인 생활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풍요로움의 지표’가 PPP 기준 1인당 GDP로 이 지표가 뒤처졌다는 것은 풍요로움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일본 국민의 생활 수준이 한국 국민보다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일본이 가난한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해 일본인들에게 공포감을 안겼다.
실제로 일본은 1980년대까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1990년대 이후 정체하기 시작해 선진국 최저수준을 이어오고 있다. 하라다 교수를 비롯한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이 독자적 성장전략을 만든다는 기치 아래 배타적 태도로 외국의 뛰어난 사례를 배우려는 자세를 버려 이 같은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은 우버(Uber : 자동차 배차 응용프로그램)가 없고, 올레드(OLED) 패널을 만들지 못하고, 간편한 결재 시스템조차 보급되지 않았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최근 이 같은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한 책도 출간됐다. 10년 넘게 일본에 체류하면서 게이오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은 ‘일본인이 증언하는 한일역전’이라는 저서를 통해 일본인의 증언과 각종 자료를 토대로 한일 간에 갑과 을의 관계가 뒤집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이 책은 팩트에 기반한 자료를 제시하고 있을 뿐 국수주의적 시각을 배제했다. 그래서 한일 간 역전현상이 소망이 아닌 현실임을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는 시점부터 한국은 일본을 무섭게 추월하기 시작했고, 양국 간의 격차는 모든 분야에서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에서는 정착한 디지털 서비스가 일본에서는 아직도 꿈같은 이야기로만 여겨지는 사례는 곳곳에서 차고 넘친다. 설상가상 지난 2019년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소제, 부품, 장비를 중심으로 수출규제를 단행한 이래 한국은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해당 분야의 연구개발을 강화해 만성적 무역적자 원인을 해소하는 등 역전의 발판을 착실히 마련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일본은 이제 넘사벽이 아니다.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한국인의 의식 속에 깊이 각인된 일본에 대한 ‘넘사벽’ 의식은 관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본은 수구적 극우세력의 집권이 장기화하면서 역동성을 잃었고, 여전히 세계적 기술선진국이자 부자나라라는 오만에 빠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계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최강국으로 우뚝 일어서는 일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