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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믿음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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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8.16 16: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무더위가 막을 내렸다. 찜통 같은 더위는 그나마 참을 수 있었는데 밤중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 열대야에 시달렸다. 가뜩이나 짧은 여름밤에도 몇 번씩 잠을 깰 정도로 무더웠다. 하지만 절기는 속일 수 없는 듯 입추가 지나자 아침저녁으로 시원해지더니 말복이 지난 지금은 문을 닫고 자야 될 정도로 서늘한 날씨가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19는 여전히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우리나라는 40여 일 동안 계속해서 1000명 이상 신규 확진자가 생기고 있다. 코로나 제 4차 대유행이라고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장기간의 피로감 때문인지 마음들이 느슨해 진 것 같다. 특히 휴가철이라 이동인구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올까 걱정이다.

지난 7월 마지막 주에 코로나 백신 접종 1차를 맞았다. 먼저 백신을 맞는 사람들이 많이 앓았다는 애기를 듣고 겁이 나서 망설였다. 그런데 큰아이가 부작용보다는 코로나19가 더 무섭다는 말을 하면서 꼭 맞아야 한다고 예약을 해 주었다. 맞고 나니 몸살이 올 때처럼 으슬으슬 춥다. 금방 입술이 부르트고 며칠 동안 기운이 없었다. 강력한 항체가 몸속에 들어갔으니 그럴 것이란 생각으로 스스로 위로를 했다.

한달 째 접어드는 다음주에는 2차 접종이 예약 되어 있었다. 그것만 맞으면 이래저래 안심이 될 것 같았는데 모더나 백신 물량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2주 후로 연기가 되었다. 불가피한 사정은 있었겠지만 생명을 다루는 문제에 차질이라니 용납하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관계당국을 비난하며 빨리 백신 확보를 하라는 독촉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백신공급이 넉넉한 미국은 오히려 거부하는 사람이 많아서 고민이란다. 오늘 아침 국제 정세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미국의 코로나 백신의 가짜뉴스에 관한 보도가 있었다. 보수성향이 짙은 플로리다 주(州), 텍사스 주(州)에서는 백신을 맞으면 좀비가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때문에 백신을 거부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단다. 심지어 미국 플로리다주(州)지사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니 마스크를 제 2의 백신으로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플로리다 주(州)에 거주하는 의사들이‘코로나 바이러스는 독감보다 더 치명적이고 천연두만큼이나 전염성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그 때문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주장을 해도 듣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 뿐 아니라 미국 콜로라도 주(州)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백신 반대론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별 것 아니라고 마트를 방문해서 물건과 비닐봉지 등을 핥기도 했고 그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어떤 믿음이 현실을 부정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보통 우리는 믿음이라 하면 좋은 의미로 생각해 왔다. 그런데 유언비어에 가까운 허위 뉴스 등을 맹목적으로 믿고 있다니 그럴 때는 대책이 없다.

우리 집 가훈은 사석위호(射石爲虎)이다.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로, 이광이 하루는 사냥을 하러 갔다. 풀숲에 호랑이가 자고 있는 것을 보고 급히 화살을 쏘았는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의아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가서 보니 호랑이처럼 생긴 돌에 화살이 깊이 박혀 있었단다. 이번에도 박히는지 보려고 다시 화살을 쏘았으나 어처구니없게도 화살이 튕겨져 나왔다. 이 말을 아이들에게 하면서 남편은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통한다고 하며 가훈을 설명하고는 했다. 속으로 너무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의 사태를 보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무섭다.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 자칫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에 위협을 주게 될 테니 바위라도 능히 맞출 기세가 악영향으로 나타날 게 두렵다.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믿음 또한 사석위호 쯤으로는 볼 수도 있겠다. 나쁘기는 하지만 세상에는 믿음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종종 있었으니까. 나만의 문제라면 백신을 맞지 않고도 물리칠 수 있다는 믿음을 증명할 수 있지만 수많은 피해자가 속출할 것을 생각하면 위험천만이다. 아주 작은 피해라도 삼갈 일이건만 목숨을 놓고 허황된 믿음은 금물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관은 최소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라야 최선의 가치로 부각 된다. 백신를 거부하는 사람들 역시 믿음으로 나가는 것도 좋고 믿음을 시험해 보는 것도 좋지만 누구에게나 하나뿐인 생명에 관련된 문제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의 안위가 염려스러운 만큼 철저한 방역의무와 수칙을 지키는 것만이 사상 초유의 상황을 극복하는 타개책이 될 것이다.

무더위가 자연스럽게 물러 간 것처럼 세기말 적인 전염병도 어느 순간 기세가 누그러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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