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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도…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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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9.15 17: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지난 추석에는 covid19로 손주들도 못보고 아내와 둘이서 지냈다. 늙은이의 재미인 손주들 보는 것도 핸드폰의 영상으로 대신했다. 손주들 생일날, 설날도 그랬다. covid19로 인한 방역의 행정명령이 5천 년 역사를 품은 명절의 즐거움을 뭉개여 버렸다.

지난 7월말 시행된 4단계 거리두기가 8월 말까지 연장됐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직계라 해도 같이 살지 않으면 5인 이상 모일 수가 없었다. 걱정이 앞선다. 그러더니 추석을 앞두고 조금 완화됐다. 9월 3일 발표로는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자가 있을 경우 가족 모임은 8명까지 허용된단다. 도대체 8명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굼하다. 필자의 친지는 아들 둘에 딸이 하나이고 모두 출가했다. 내외 손주만 일곱이다. 그래서 추석 연휴에 순차적으로 집에 오라고 했단다.

언제나 해제가 될까? 아니 언제나 전염이 꺾일까? 필자의 둘째 아들은 인천에 살고 있다. 지난 설에도 내려 오지 말라고 했었다. 올 추석은 어떻게 할까? 손자가 보고 싶다. covid19 예방 백신을 2차까지 맞으며 희망을 가졌었다. 정부는 지난 6월 백신 1차 이상 접종자에게 공공 시설 입장 할인 등과 가족 모임 인원 제한을 완화한다는 incentive를 발표 했었다. 그래서 올 추석에는 손주들이 모두 올 것으로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covid19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무참히 깨져 버렸다. 필자의 가정도 순차적으로 오라고 해야 할 것만 같다.

명절 때만 되면 시골길에는 지자체 및 각종 단체, 지역유지들의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경쟁적으로 걸려있었다. 그런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이번 추석에도 오지 마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에 찬물을 끼얹는 현수막이 아닌가 싶다. 물론 covid19 때문이지만 왠지 마음이 쓸쓸해진다. 하루 빨리 covid19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부모형제 가족간의 정도 사라질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지난 설 때, 고향을 방문하지 않은 사람들이 전국 각지의 관광지로 몰려 갔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고향에 오지 말라면 다른 곳으로도 가지 말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 8명이라는 숫자의 기준이 궁굼하다.

우리야 좀 늦게 자식을 만나고 손주를 보면 되지만, ‘2인이다’, ‘4인이다’, ‘8인이다’ 허용 인원에 제한을 받는 식당 등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을 들으면 마음이 무겁다. 자주 가는 단골 식당에도 허용 숫자에 의해 친지들을 교대로 만나고 있다. 주인은 늘 울상이다. 재료 준비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란다. covid19 전에는 예상 숫자 만큼 음식을 준비하면 들어맞았는데 요즘은 재료 준비 예측이 어렵단다. 팔리지 않아 재료가 소비되지 못하고 부패되어 버린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고통의 원인이 나에게 있음을 생각해 본다. 환경 오염, 보신 음식, 무분별한 CO2 발생 등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내 행동이 아닐까 반성도 해본다. 그러면서 며칠 전 친지가 보내준 sns의 글을 되뇌여 본다. “거짓에 막말을 많이 하고 살아서 입을 마스크로 틀어막고 살라고/ 서로 다투고 시기하고 미워해서 거리를 두고 살라고/ 손으로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어딜가나 손씻고 소독하라고/ 얼마나 열 받았기에 가는 곳마다 체온을 재고/ 얼마나 숨기고 살았기에 가는 곳마다 연락처를 적으라고 하고…. 그래서 반성하며 살겠다”는 글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러면서 방역과 검사, 환자 치료에 전념하는 의료진들에게 감사한다. 지난 여름 33~36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서도 바람 하나 통하지 않는 방호복을 입고 근무한 그 모습에 고개가 숙여진다. 오죽 답답했으면 백의의 천사라는 그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을까? 당장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어려움에 공감을 해 본다. 그래도 많은 국민들이 의료기관과 보건소, 119 구급대 등을 찾아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소식을 보면서 이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우리들의 성숙된 모습에 감사한다.

그래도 추석이다. 떠오르는 둥근달을 보며 결실의 계절에 고통과 슬픔은 뒤로하고 다가올 희망을 잘 가꾸는 명절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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