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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과 선화공주가 꾸었던 꿈

최혜진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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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9.27 17: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혜진 목원대 교수
최혜진 목원대 교수

2021년도 제 67회 백제문화제가 한창이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알차고 흥미로운 여러 볼거리, 놀거리들이 준비되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다채롭게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온라인 오프라인 등으로 즐길 거리를 찾아갈 수 있다. 올해는 특히 ‘열린 문화, 강한 백제-갱위강국 웅진’이라는 주제로 무령왕의 업적을 드높이는 문화제라 하니 공산성 불빛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백제의 이야기가 담긴 가장 오래된 기록은 ‘서동설화’인데, ‘삼국유사’에 전한다. 이 이야기는 역사와 상상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어 흥미롭다. 설화적 기록에는 보통 백성들의 꿈과 열망이 반영되기 마련이어서 이야기를 전승하는 집단의 의식을 보여주는데, 그렇게 보면 ‘서동설화’에 담긴 내용이 범상치 않다.

서동은 어머니가 연못의 용과 사랑을 나눈 후 태어난 사람이니, 비범한 인물이다. 그런데 백제 안에서 배필을 구하지 않고 이웃나라 신라의 공주를 얻기 위해 경주로 갔다. 역사적으로 무왕의 시대는 신라와 사이가 좋지 않아 양국간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서동의 배필얻기 작전은 단순히 선화공주가 미녀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고구려를 견제하기 위해 신라와 백제가 화친할 필요가 절실할 때였고, 서동은 이를 위한 빅픽쳐를 그린 셈이다.

하지만 당시 서동은 마나 캐서 팔던 동네 총각이었고, 상대는 진평왕의 셋째딸이었다. 언감생심 이웃나라 공주를 어떻게 만난단 말인가. 영특한 서동이 생각해 낸 꾀가 바로 ‘노래’였다. 서동은 노래의 힘, 곧 ‘문화의 힘’을 믿었던 것이다. 시장의 아이들이 너나없이 부를 수 있는 신나고 재미있는 노래, 게다가 ‘누군가’를 놀리고 비꼬는 노래이니 일파만파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능가하는 폭발력을 가졌던 것이다.

서동의 전략이 성공하여 드디어 궁밖을 나온 선화공주는 귀양길에 나타나 사귀자고 요구하는 서동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적국인 백제로 따라와 마를 캐는 남자의 부인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선화공주 역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없던 순수하고 영리한 아가씨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특한 아가씨는 서동이 마를 캐는 곳에서 매일 보아도 몰랐던 ‘금’을 발견하고 ‘자본’의 힘을 빌어 진평왕의 환심을 얻는데 성공했다.

서동은 이 금을 진평왕의 환심을 얻는데 사용함은 물론 자국 백성들에게도 ‘나누어’ 인심까지 얻었다. 적국인 진평왕이 백제에 대한 공격을 멈추었을 것이므로, 백제는 이 공이 누구인가를 알아냈을 것이고, 서동은 그야말로 리더십과 경제 능력을 갖춘 차세대 지도자감으로 떠오르게 되었던 것이다.

이 설화는 백제 말기 국가의 운명이 서동을 통해서 회복되고 안정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사랑한 선화공주는 진평왕과 화해하고 백제와 화친하는 데 교류 역할을 담당하였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대에서 백제는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되지만 말이다. 그래서 아마도 ‘서동설화’는 기울어가고 있는 백제가 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길은 전쟁이 아니라 ‘화친’이라고 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백제의 왕이 국가의 평화를 가져오지 못했으므로, 당대 민중들은 ‘서동’이라는 인물을 상상하고 신라와 더 이상 전쟁없는 평화를 열망했다. 그리고 서동이 했던 평화의 방법은 ‘노래하는 것’ ‘사랑하는 것’ ‘나누는 것’이었다. 익산의 미륵사는 이러한 양국 화친의 마지막 기념물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 선언’에 대해 미국도, 북한도 호의적인 반응이다. 그것은 아마도 모두가 ‘평화’를 최종의 목표로 삼기 때문일 것이다. 갈 길은 멀지만 결국은 도달해야 하는 곳이다. 서동이 꿈꾸었던 꿈은 교류왕국 대백제의 그것과 무관하지 않고, 교류를 위해서는 평화와 안정이 확립된 나라가 필요하다. ‘종전’을 위해 서동의 지혜를 다시 생각해본다. 백제문화제가 한창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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