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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스님의 마음이야기] 조심해야 것네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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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0.04 15:19
  • 기자명 By. 충청신문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우리는 우주의 크기를 알지 못합니다. 인간이 문명을 개발해 오면서 궁금한 것을 알아내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면서 지구 밖으로의 도전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지금껏 개발해낸 어떠한 도구나 과학자의 노력에도 우주의 크기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우주의 크기를 알지 못하듯이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우리의 마음의 크기입니다.

마음을 한 번 가만히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얼마 정도의 크기입니까? 보입니까? 잴 수 있나요? 모르긴 해도 자신 있게 ‘내 마음은 이 정도요’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겁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심장의 크기를 마음의 크기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뇌의 크기를 또는 몸의 크기를 마음의 크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마음을 무엇 속에 담겨있다고 생각을 하면 그런 답을 찾을 수도 있지만, 세상이 넓듯이 많은 사람이 살고 있으며 살아왔기에 많은 답이 있을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굳이 고집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겁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까요.

본인도 내 마음의 크기를 정확히 모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예전 참선을 하던 즉 마음을 닦던 스님들은 말씀하시기를 ‘송곳을 꽂을 크기도 안 되는 것이 마음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내 방식대로 풀어보자면 마음을 좁게 쓸 때는 마음의 문이 닫혀서 어떤 것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말씀도 어떤 누구도 그 문을 열 수가 없이 좁아져 버립니다.

그런데 또한 말씀하시기를 ‘이 세상을 담고도 남음이 있다’라고 했으니 그것은 또 무슨 말일까요? 닫혔던 문을 열고 나면 세상에 어떤 것도 담지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몸도 주변의 모든 것들 그리고 마음에 거슬리는 어떠한 말도 걸림이 없이 담기고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담아도 남음이 있습니다. 참 묘하지요?

우리들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 크기가 어느 정도라고 말을 하지 못하지만, 주변에서 누군가가 마음을 좁게 쓰면 ‘좁쌀 같다’라고 하지요. 그 쓰는 마음이 작아서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좁쌀 같은 마음’보다는 자신의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의 모습이 다 보여야 어느 정도의 크기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시야를 벗어난 것을 볼 수 없고 알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보다 큰 사람의 마음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누구나가 알듯이 자신보다 큰마음을 가진 이들을 옆에 두거나 스승으로 삼아야 자신의 발전이 있는 것입니다.

마음만이 마음을 느낍니다.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이 우리의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떨 때는 동물도 내 마음을 느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니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주변에 개방이 되어 있습니다. 몰래 한 행동이나 생각은 감출 수 있지만, 현재의 내 마음은 감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남을 속이는 방법을 수련하면 될지 모르지만요. 쓰다 보니 마음에 걸리는 지난 행동들이 부끄럽군요. 이렇게 알면서도 반복을 하는 것이 번뇌가 사그라지지 않은 중생의 마음입니다.

역사상 마음을 가장 크게 사용했던 사람들을 우리는 성인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보다는 세상의 행복을 걱정하면서 희생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떠한 조건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스스로 성인임을 말하던지 지난 세월의 성인들을 빙자해서 자신의 명예와 이익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으며 진정한 큰마음을 쓰는 법을 모르는 채로 살아갑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본인이 생각하고 배운 바로는 ‘진정한 큰마음’이란 그 쓰는 마음이 어떠한 조건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어떠한 결과를 바라지 않고서 무조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부처님이 이야기하신 ‘자비’이고 예수님이 베풀었던 ‘사랑’의 마음입니다. 바라건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되도록 그런 마음을 닮아서 세상을 어떠한 조건도 붙이지 않고 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쉽지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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