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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도자의 품격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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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0.14 18: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퇴임을 앞두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0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홀로코스트 피해자를 추모하며 홀로코스트 사건에 대해 사죄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나치 독일이 학살한 600만 명의 유대인 피해자를 추모하는 공간이다. 메르켈 총리는 16년 재임 동안 이스라엘을 8번이나 방문했다. 지난 2008년 독일 총리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 국회를 찾아 ‘독일은 이스라엘에 역사적 책임을 지기 위해 존재 한다’는 내용으로 연설 했다.

2005년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한 이후 16년여 재임하고 있다. 4년 연속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기도 하였으며, 2015년에는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과세논란과 유럽 난민 수용 이슈 등으로 연이어 저조한 투표 성적표를 받자 “전적으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이제 새로운 장을 열 때가 왔다"라는 말로 자진 퇴임 의사를 밝혔다. 그런 책임지는 자세에 독일 국민들은 70% 지지율로 화답해 주었다. 지도자의 품격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전격 사임했다. 10월21일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자민당 내 주요 3대 파벌의 지원을 받는 그가 어느 정도의 지지율만 유지해주면 무난히 재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을 잘 치르면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던 기대는 코로나19 감염자 급등과 함께 물거품이 됐고, 당내 주요 보직 인사와 조기 국회 해산 등 최후의 반전 카드마저 무산됨에 따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단기필마 무파벌 무색무취의 스가 총리 시대는 불과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그는 아베가 갑자기 물러나고 당내 역학관계에 따른 어부지리로 당 총재와 일본 총리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강력한 지지기반이 없는 총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만 증명하고 쓸쓸히 퇴진하게 됐다. 일본 국민들은 파벌 기반이 없고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스가 총리가 사심 없이 소신껏 국정을 운영하길 기대했다. 이것이 집권 초반 매우 높은 지지율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개혁적이지 않았고 강력한 조직 장악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데 난맥상을 드러냈으며 외교 역량도 함량 미달이란 평가를 받았다. 후임으로 집권 자민당 낸 온건 우파로 평가받는 기시다 후미오가 제100대 총리가 되었다. 다만 일본 국민들의 불행은 선거를 치르더라도 정권교체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내년 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열한 당내 경선을 벌이고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우여곡절 끝에 결선투표 없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대선 후보로 확정지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 등 4명이 최종 경선주자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정의당은 심상정 후보로 확정되어 4번째 대통령 도전을 앞두고 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이들 중 한명이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으로 5년간 국정을 이끌어 갈 것이다.

문제는 주요 후보들이 국민들의 신망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만 보더라도 호감도 보다는 비호감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후보들의 지지율도 들쭉날쭉 하고 있다. 한마디로 예측불허인 셈이다. 물론 최종 후보들이 결정되면 어느 정도는 정리되겠지만 지금까지의 추세는 그렇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수위를 다투는 이재명 윤석열 모두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의 경우 사생활 논란에 이어 최근 대장동 특혜 건이 부정적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윤석열 또한 검찰권 남용과 가족 비리, 각종 설화 등으로 당 후보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상대 당에서는 서로를 향해 후보를 사퇴하고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아우성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지금도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감옥에 있다. 얼마나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인가. 국가적인 망신임은 물론 국민들의 불행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유력 대선 주자들마저 사법적 판단을 앞두고 있다면 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인지 국민의 한사람으로 우울할 따름이다. 설사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더라도 국민들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대통령이 된다면 과연 그가 제대로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겠는가. 올해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대단한 성과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 통합은 요원하고 각종 갈등만 부추긴다. 부끄럽지만 이런 책임은 바로 우리 유권자에게 있다. 우리가 뽑고 우리가 욕하는 악순환의 고리, 이제 끊어낼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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