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신문-대전시교육청 공동캠페인9] ‘학교급식,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학생이 직접 짜는 식단 ‘영양공부는 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1.10.20 18:58
  • 기자명 By. 이정화 기자

산내초 ‘우리들 식단’ 운영  
학생들 “건강한 식습관에 도움”
10명중 8명  “급식 만족도 높아져”

산내초 학생들이 직접 고른 식단으로 급식 배식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산내초 학생들이 직접 고른 식단으로 급식 배식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충청신문=대전] 이정화 기자 =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식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입맛에 맞지 않거나 선입견 때문에 먹지 않던 음식도 식재료, 조리 과정, 영양, 섭취 효과에 대해 알게 되면 손이 가기 마련이다. 체험을 더하면 효과는 더 커진다.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골고루 먹는 건강한 식습관 교육을 위해 학생들이 영양 기준에 맞춰 직접 짠 식단으로 급식하는 학교가 있어 현장을 찾아가봤다.

지난 13일 대전 산내초등학교에서는 특별한 급식이 제공됐다. 6학년 6반 학생들이 직접 구성한 식단이 식판에 오른 날이다. 유치원과 초교 학생 및 교직원 등 900명가량이 같은 식단으로 식사했다. 앞서 9월에는 4반, 7월에는 3반, 6월에는 2반이 선정한 점심을 먹었다. 11월과 12월에도 1반, 5반이 각각 고른 메뉴를 먹을 예정이다. 

산내초는 학생들이 급식 식단을 짜는 '우리들 식단 운영' 행사를 통해 아이들의 급식 이해와 만족도를 높이고 올바른 건강관리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영양교사가 식단구성 방법과 고려사항을 미리 교육한 뒤 학생들이 반별 학급회의와 모둠활동을 통해 식단을 만들고 다시 영양교사와 상의해 영양기준·학교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다. 이렇게 정해진 학급별 일일식단을 영양교사가 계절성을 고려해 배치하고 매월 1회 실제 급식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산내초 학생들이 '우리들 식단' 운영의 날을 맞아 6학년들이 결정한 식단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산내초 학생들이 '우리들 식단' 운영의 날을 맞아 6학년들이 결정한 식단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학생 스스로 식단을 관리하는 건강한 식습관을 유도하면서 어른들이 정한 일방적인 급식이 아닌 학생도 함께하는 급식을 만든 것이다. 효과는 단순히 식생활과 영양, 건강에만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급별 식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협의·조율·협상하는 법을 배우고 학교 주체로서 결정권을 가지며 영양(교)사·조리원 등 학교 공간 속 다양한 직업을 체험한다.

6학년 학생들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반별로 식단을 마련했다. 처음에는 좋아하고 먹고 싶은 메뉴들만 말했지만 영양균형·칼로리·재료 수급·조리 방법·시간 제한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해하며 의견을 조율해 나갔다.

급식은 밥과 국 등을 포함해 6가지 메뉴로 구성되는데 이 중 치킨을 꼭 넣고 싶다면 좋아하지 않는 나물도 포함시키는 식으로 타협을 했다. 이날 식단의 경우 콩나물밥, 단배추된장국, 오리훈제, 깍두기, 아이스크림으로 구성됐는데, 6반 학생들은 아이스크림을 꼭 넣기 위해 많은 포기(?)를 해야 했다.

담임교사는 "처음에는 반 아이들이 막막해하며 먹고 싶은 것만 나열했지만 급식 식단 구성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듣고 난 뒤에는 아이들끼리 영양에 맞춰 의견을 조정했다"면서 "특히 함께 먹을 저학년 동생들을 생각해 '애기들은 매우면 못 먹는다'며 의견을 조율했다"고 대견해했다. 이어 "어떤 친구들은 영양이 골고루 들어간 급식을 남기지 않고 잘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식단을 구성하며 편식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깨닫는다. 식단이 어떻게, 왜 그렇게 짜이는지 알게 된 덕이다. 영양소의 역할과 필요 영양소, 섭취 기준과 함유 식품 등을 배우고 급식 식단 구성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도 알게 된다. 영양(교)사의 고민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들 식단'이 운영되는 날은 잔반이 적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인 데다 직접 고른 식단이 나오니 더 잘 먹는다는 설명이다. 교사들의 경우 입맛 차이를 좀 느끼지만 요새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와 맛을 알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산내초 6학년 6반 학생들이 학급회의를 통해 구성한 급식 식단. (사진=이정화 기자)
산내초 6학년 6반 학생들이 학급회의를 통해 구성한 급식 식단. (사진=이정화 기자)

 

이날 식단을 구성한 6반의 한 학생은 "급식 메뉴를 정할 때 영양가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음식 색깔 등 생각해야 할 게 많았다"면서 "저희가 먹고 싶은 걸 직접 고를 수 있어 좋았고 친구들하고 함께 정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메뉴 선정에 참여하지 않은 후배들 반응도 좋다. 한 5학년 학생은 "일반 급식은 살짝 어른 입맛이지만 6학년들이 정하는 급식은 어린이(우리) 입맛이라 더 맛있는 것 같다"면서 "내년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정할 수 있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전체 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도 같다. 학생들은 학교 급식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게 됐으며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주목할 점은 모든 문항에서 부정적으로 답한 학생이 없었다는 점이다. 

'건강과 올바른 식습관 형성에 도움 됐다'고 답한 학생들이 83%에 달했으며 '학교 급식 만족이 높아졌다'는 학생도 마찬가지로 83%로 집계됐다. 75%의 학생들은 '급식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 했고 '건강 관리를 위한 식단 구성이 가능해졌다'는 아이들도 78%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배웠는지 묻자 58%는 영양관리를 꼽았고 조리방법, 계절식품, 인력관리를 고른 학생이 각각 12%, 위생관리를 배웠다는 학생도 4%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바라는 점을 적어달라고 하자 내년에 식단을 구성해보고 싶다, 닭가슴살을 이용한 건강식단·채소식단 등을 구성해보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이색 급식은 '학교 주인공은 아이들'이라며 학생 참여 활동을 중시하는 학교장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윤종권 교장은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학생자치 측면에서 능동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학교 주인공으로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좀 더 있었으면 했다"고 계기를 말했다. 이어 "올해 첫 시행이라 모든 학년이 참여할 수 없었지만 내년에는 5, 6학년으로 확대하고 횟수도 한달에 두 번 정도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