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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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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1.17 18:1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18세기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The Man in the Iron Mask(철가면 : 鐵假面)’이란 TV 영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얼굴을 쇠로 감싸서 도대체 어떤 표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눈으로만 그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동양에는 ‘철면피(鐵面皮)라는 말이 있다. 쇠로 만든 낯가죽이라는 뜻으로,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COVID19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2년여 세월을 살다 보니 어느새 나 스스로 철면피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도 하다.

지난해 COVID19의 유행으로 마스크가 중요한 방역 물품으로 떠 오르면서 ‘마스크’ 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왔고, 우리는 마스크를 사고자 약방 앞에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시민들이 많다는 외신을 보면서 의아해했었다. 알고 보니 서양 사람들은 눈보다는 입 모양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살핀다는 것이다. 우리 얼굴에는 많은 안면 근육이 있는데 특히 입 주변의 근육이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데 활용된다고 한다. 그렇게 표현되는 부분이 마스크로 가려지니 상대방의 감정을 읽기가 어려워지게 됐다. 영화에서 보면 서양의 범죄자들은 눈보다는 입을 가린다. 그래서 입을 가리면 범죄자로 오해받게 되어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다. 일본에서 제작된 ‘헬로키티’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고양이가 주인공인데 입이 없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별로 인가가 없다고 한다.

표정(마음속에 품은 감정이나 정서 따위의 심리 상태가 겉으로 드러남. 또는 그런 모습 : 표준국어대사전)은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의 현상을 말한다. 일부 동물도 표정을 지을 수 있지만, 사람만이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뭔가 좋은 일이 있느냐?”, “어디 아프냐?”, “걱정거리가 있느냐?” 등의 질문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표정 중에 특히 눈을 보고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게 된다. 그래서인지 “눈짓”, “눈 맞추고”, “눈치”, “눈으로 말해”, “눈빛”, “눈 맞아서” 등 눈에 관련된 말들이 많다. 옛날에는 위 사람, 특히 임금님 앞에서는 그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면 뭔가 불경스럽고, 도전적인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눈 깔어”, “어딜 쳐다봐”, “어딜 째려봐” 등 다소 폭압적인 말도 생겨났다. 또한 아이들이 무언가 마음에 숨기는 일이 있으며 상대방을 바로 바라보지 않고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보아왔다. 그래서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가 보다

각종 컴퓨터 그래픽의 이모티콘의 눈을 보면 다양하게 표현된 눈 모양만큼, 다양한 표정이 있다, 그래서 눈을 가리면 원가 숨기는 것 같고, 자신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기관원들은 선글라스를 쓰고 나온다. 바람피는 남편의 뒤를 밟는 부인들도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한다.

선글라스든 마스크든 결국 사람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눈과 입 모양 - 얼굴을 가리니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보기도 어렵고,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하면 더더군다나 누군지 알 수가 없어 인사말도 나누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집합 금지’라는 행정 명령에 따라 친지들도 만나기 어렵고, 외출도 자제하다 보니 ‘이웃사촌’은 사라지고 ‘택배 사촌’만 생긴듯하다.

그런 삶을 2년 가까이 하다 보니 이젠 습관이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아도 무덤덤하기만 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코로나 백신 2차 접종률이 77.9%(11.13 현재) 이상 되어 정부는 11월부터 with corona로 단계적 일상 회복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도권은 10명, 비수도권은 12명까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2년여 잊혔던 얼굴들을 볼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마스크는 여전히 착용해야 한다니 아쉽기도 하다.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은 웃는 얼굴과 다정한 눈빛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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