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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코로나19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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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1.25 18:34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11월이 되면서 ‘위드 코로나’, 사회 전반에 걸쳐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확진자가 3000여 명 이상 나오고, 중환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이다. 필자는 지난 10월 4주 차에 대학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간고사를 대면으로 치렀고, 10월 27일부터 대면 수업(출석 수업)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중간고사 이후 대면 수업으로 학사일정이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게 나왔다.

반대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첫째, 종강까지 약 8주 정도 남았는데 꼭 대면 수업을 해야 하는가? 내년 1학기부터 대면 수업을 하는 것이 학사일정 운영에 더 원활하다. 둘째, 대전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오는 학생들의 경우 특히,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면, 학교 주변에 원룸 형태의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데 2달 정도 계약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서울, 대구, 광주 지역의 학생들은 KTX를 이용하여 통학할 수 있지만, 통학을 오래 할수록 피로의 누적과 교통비의 부담이 크다. 셋째, 대면 수업을 하면 다른 지역에서 오는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금요일 오후나 토요일에 본가로 갔다 다음 주 수업을 위하여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다시 학교에 온다. 학생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학생들이 본가에 갔다 오는 것이다. 본가에 간 학생들이 가만히 집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혈기 왕성한 20대 초반에 활동량이 많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로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시고, 클럽도 가보고 다양한 일상생활을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위 지역 살지 않는 학생들도 같은 일상생활을 보낼 것이다. 학생들이 우려하는 점은 위 3개 지역이 국내 일일 코로나-19 확진자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이들 지역에 본가를 둔 학생들과 같이 숙식하는 것, 그리고 강의실에서-비록 마스크는 쓰고 있지만-같이 섞여 강의를 듣는 것, 학생 식당에서 마스크를 벗고 같이 식사하는 것 등으로 인해 코로나-19의 집단감염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 대학생들의 코로나-19에 대한 인지와 태도는 어느 정도일까?

필자는 지난 학기에 학교의 요청으로 1학년 신입생 약 500명을 대상으로 ‘대학 신입생의 대학 생활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실태조사 항목 중 약 12문항이 코로나-19의 인지와 태도, 예방에 관련한 문항이었다. 결과는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비보건 계열 학생보다 보건 계열 학생이 코로나-19의 인지, 태도, 예방 관련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반면에 코로나-19의 인지, 태도, 예방에 대한 이해가 낮은 학생들은 예를 들어 ‘코로나에 쉽게 걸릴 수 있다.’, ‘코로나는 쉽게 치료되지 않는다.’ 같은 문항에 ‘아니다’ 혹은 ‘매우 아니다’에 응답한 학생의 비율이 약 5~8% 정도로 나타나 학생들의 우려가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넷째, 학생들의 대학 생활이 복잡해졌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대면 수업, 실시간 온라인 수업, 학교의 강의 관리 시스템(LMS)을 이용한 녹화 강의 등의 형태로 강의를 수강해왔다. 학생들은 수강하는 과목에서 매주 출석을 인정받으려면 영상 강의 학습, 과제 제출, 퀴즈 응시, 팀 활동 등 여러 가지 활동을 모두 해야 1주일의 출석을 인정받는다. 이 중에 하나라도 빼먹으면 출석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만약 7개 과목을 수강 신청했다면 최소 28개의 과정을 다 완료해야 7개 과목의 1주일 수강이 완료된다. 제대로 대학 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1학년의 경우 이 모든 것을 빼먹지 않고 완벽하게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필자의 경우 과제와 강의 마감 12시간 전, 6시간 전, 3시간 전에 강의 수강 완료와 과제 마감 독려 문자를 보낸다. 효과는 6개 분반 중 4개분에서 100% 완료이다. 100%가 안 된 2개 분반은 외국인 학생이 약 20명 정도 있어서다.

그런데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이 복잡함이 더 심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반으로 한 대면 수업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디자인’이라는 교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강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형식으로 구성되고, 내용은 요즘 대학에서 인기 있는 ‘코딩’을 주로 한다. 플립러닝은 사전수업, 본 수업, 사후수업으로 구성된다. 사전수업은 영상강의를 통해 본 수업에서 학습할 내용을 약 30분 정도 예습하고, 본 수업은 2시간 정도 강의실에서 출석 수업을 한다. 그리고 사후수업은 통상 과제를 한다. 플립러닝 방식으로 강의를 하는 이유는 요즘 대학들이 ‘역량 중심 교육과정’의 선호와 교육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이다.

만약 필자의 강의에 40명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반으로 했을 때 20명씩 2개 반으로 나누어 강의해야 한다. 40명의 학생을 사회적 거리두기의 원칙을 지켜가며 강의할 수 있는 컴퓨터 강의실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학번을 이용해 홀수 반과 짝수 반으로 나누어 격주로 2시간씩 수업하거나, 홀수 반은 1교시, 짝수 반은 2교시에 각각 1시간씩 대면 수업을 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신한다.

필자는 현재 두 번째 방법으로 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첫 번째 방법의 경우 만약에 학생이 결석하면 한 달 후에 그 학생을 다시 볼 수 있다. 수업의 결손도 있지만, 학습의 리듬이 깨질 수 있어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필자의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지금처럼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었을 때 매주 출석을 인정받으려며 해야 할 과정들이 더 많아진다. 플립러닝 방식으로 강의가 이루어지므로 사전수업 영상 2개 수강, 1시간의 출석 수업 참석, 1시간의 온라인 수업을 위해 영상강의 3~5개, 과제 2개를 완료해야 1주의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플립러닝 형태의 과목을 6~7개 정도 수강한다면 대학 1학년 학생의 관점에서 보면 엄청난 수업 부담이 된다.

필자의 대학은 2주 후면 정규 수업이 다 끝나고, 공휴일의 보강 기간과 기말고사를 치르면 12월 23일부터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매주 학생들에게 당부하는 말로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 대신 코로나-19에 유의하고 건강에 유념해 무사히 종강하자는 당부의 말을 반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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