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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오징어 게임, 박쥐

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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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1.30 15:5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코로나가 창궐하던 무렵 한국 영화계에 희소식이 들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전 세계 영화제를 휩쓸더니 세계영화시장의 상징인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을 거머쥐었다. 예전에 대표적인 몇 작품으로 일본 사회에 열풍을 일으키고 동아시아 시장을 석권하던 시절에도, 글로벌 시장에선 한류는 그저 ‘아시안 로컬’로만 다루어지다가 글로벌 영화계에서 정상에 올라선 것이다, 소재와 주제의 파격이라고는 하지만, 영화 기생충에선 상류계급과 거기에 기생하는 하류계급을 박사장 저택이라는 한 장소에 몰아놓으며 계급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아무도 모르던 비밀공간에 사는 또 다른 계급. 사회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진정으로 우리사회가 감추고 싶어하던 채무의 극한에 몰린 극빈층까지 드러냄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유무에 따라 서열화되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 계급사회를 다루는 소재의 영화 기생충은 지구촌 전체의 공감을 얻으며 전 세계 200여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단번에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

올해, 전 세계는 오징어 게임 열풍이다. 극장이 아닌 TV 드라마/쇼 부문에서 OTT 서비스 부문 전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유튜브에는 오징어 게임 관련 콘텐츠가 이전의 왕좌의 게임이 10년에 걸쳐 쌓은 시청기록을 단 55일 만에 갱신하며 최다 시청기록을 달성했다. 오징어 게임의 주제 역시 계급사회다. 어린 시절 놀이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과격한 설정에도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빚에 시달려 극단까지 몰린 사람들의 절박함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의 등장인물들은 눈앞에서 룸메이트가 피범벅이 되어 죽어 나가는 상황을 목격하면서도 상금 456억을 향해 기꺼이 다시 게임에 참가한다. 어차피 일상으로 돌아가도 신체 포기각서를 받아낸 채권자들과 형사처벌이 기다리고 있는 지옥과 다름없는 절망적 상황에, 차라리 일확천금에 목숨을 건다. 그렇게 오징어 게임이 그려낸 한국사회 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는 전 세계 공감을 얻어냈다.

오페레타 박쥐는 19세기 유럽 귀족들의 부도덕하고 왜곡된 계급사회를 풍자할 목적으로 쓰였다. 주인공 아이젠슈타인 남작은 비방 및 모욕죄로 8일간 금고형을 선고받는다. 그러나 경찰에게 끌려가 구속, 수감되기는 커녕, 귀하신 남작님을 모시러 형무소장이 특별 마차를 끌고 직접 남작의 저택을 방문해서 모셔가는 형국이 벌어진다. 한 술 더 떠서, 아이젠슈타인 남작은 형무소에 가기 전에 절친한 친구와 함께 러시아 대공이 여는 연말파티에 들렀다가 형무소로 향한다. 선고 당일 법정구속은 고사하고, 남작체면이 있어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제대로 준비하고 구속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우리사회도 이미 수 많은 재벌들의 휠체어 법정출석과 감옥에서의 특별대우, 그리고 일당 5000만원짜리 황제노역을 목도한 적 있지 않은가. 이 당시 비엔나의 아이젠슈타인 남작도 그렇게 형무소장의 특별 의전도 모자라, 구속 당일에 파티까지 참석했다가 만취해서 감옥으로 향한다.

남편이 형무소로 떠나자, 아내인 로잘린데 남작부인은 유부녀임에도 결혼 전 애인인 오페라 가수 알프레드와 밀회를 즐긴다. 남작부인이 옛 연인과 넘지 않아야 할 선까지는 가지 않은 탓일까, 그 사실을 다른 귀족들은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한 마디로 그들만의 스카이캐슬과 펜트하우스에서 늘 있는 스캔들의 하나로 가볍게 치부되고 정리된다.

러시아 대공이 개최한 연말파티에서 귀족들은 가족, 친구, 형제애를 강조하며 각각 키스를 외친다. 그리고 가족과 상관없이 무도회에서 왈츠 파트너와 입맞춤을 한다. 계급은 상류지만, 도덕성은 바닥이다.

귀족들의 계급사회에 통렬한 일침을 날리는 코믹 풍자극인 오페레타 박쥐는, 그래서 전 세계 오페라하우스의 연말 단골 레퍼토리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볍게 즐기는 코미디로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말 오페라계의 왕좌를 차지한다.

코로나를 일으킨 주요 원인으로 박쥐의 변이 코로나바이러스를 꼽는다. 그리고 올해 대한민국 오페라계는 오페레타 박쥐 열풍이다. 서울과 주요 대도시에서 오페레타 박쥐가 이미 공연되었고 앞으로도 공연 예정이다. 코로나 시대에 상징적인 박쥐라니. 음악인들은 그렇게라도 음악계를 온통 멈춰 세운 박쥐를 무대에서라도 해치울 심산이다. 오페레타 박쥐도 이번 주에 대전예술의 전당을 찾아온다. 지긋지긋한 코로나를 박쥐와 함께 날려 보내는 연말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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