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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사는 법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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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2.06 15: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혜숙 수필가
이혜숙 수필가

가슴 설레며 기다리던 외국어를 공부할 기회가 왔다. 주민자치위원회에 건의했더니 중국어가 채택되었다. 다른 프로그램을 참여할 때와는 다르게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기분이 들었다.

강사가 너무 젊어서 약간 실망이 들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우려와는 다르게 그녀는 다부지게 강의를 시작했다. 그녀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왔다. 맡길 데가 없어서 그럴 거로 생각했지만 번번이 함께 왔다. 강사가 강의실에 오죽하면 아이를 데리고 왔을까. 사정이 있으려니 넘어갔다.

세월이 흐른 뒤 그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조선족으로 중국의 무역회사에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출장을 왔다가 지인의 소개로 만나 한국 남자와 결혼했단다. 첫아이를 낳고는 온갖 사랑을 받고 살다가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렇게 사랑을 주던 시댁 식구들은 남편이 들어놓은 보험회사에서 나온 돈조차 몽땅 가져가 버리고 빈털터리가 되었다고 했다. 그것만이면 다행이라고 했다. 살고 있던 집 전세금까지 빼가는 바람에 거리에 나앉게 되었다고 했다. 세상에 무슨 그런 인심이 있을까.

며느리가 개가할 거란 생각이었을까. 하지만 손주 둘은 자기들 핏줄일 텐데 왜 그랬을까. 절망하며 삶의 의욕을 잃고 있을 때 한국의 정은 그녀를 힘내게 하는 요소가 되었단다. 불행 중 다행으로 대한 한국의 도움을 받으며 일을 하면서 야간으로 공부도 할 수가 있었단다. 한국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책이 그녀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면서 한국과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6살 된 아들과 돌도 안 된 딸을 데리고 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함께 죽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엄마를 바라보는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은 그녀가 살아가는 힘이 되었단다. 그녀가 사는 힘은 아이들이라고 했다.

몇 년 전에는 본인의 몸에서도 종양이 발견되어 항암치료를 하러 다니면서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또 주느냐고 신에게 원망 섞인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매사에 긍정적 사고를 하는 것 같다.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을 쉬게 하려고 그런 병이 찾아온 거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지금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새벽 아르바이트를 하고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토요일엔 중국어 가르치러 문화센터로 향하는 그녀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열심히 일해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벗어나고 한 부모 가정 지원도 받지 않게 되었다면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받아야지 하며 열심히 산다고 했다. 잘사는 사람들도 눈을 속여 정부 지원금을 더 타내려고 하는데 참 바른 사람이다.

한국에 와서 힘들고 고생도 했지만, 꾸준히 노력해서 마음의 여유도 찾았단다.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꿈도 생겼다고 했다. 국제 언어학교를 만들어 그녀와 같은 처지의 이주여성 중에 언어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과 세계의 언어를 한자리에서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보고 싶단다. 이주여성들의 취업 문제도 도울 수 있고 한편으로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배우고 싶은 언어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싶단다. 연약해 보이는데 그녀의 어떤 힘이 꿈꾸게 하는 걸까.

그녀의 작은 능력이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품게 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돌려줄 수 있을 거라 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한명 한명을 내 자식같이 생각하는 예쁜 마음이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자신의 처지도 넉넉하지 않은데 주변을 돌아보고 도움의 손길을 주려 하는 그녀가 참 예쁘다.

그녀가 살아가는 모습은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앞으로 한 걸음이라도 더 전진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았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다. 가는 세월이 아쉬워 더 발버둥 친 것 같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웃을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은 나 뿐 아니라 우리가 모두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나라에서 온 많은 여인이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었는데 말이 통하지도 않고 문화차이로 어려움이 하나둘이 아니라고 했다. 잘 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많은 사람이 갈등이 있는 것 같다. 한국어 가르치는 봉사를 할 때 한 여인이 한국으로 시집와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잘 살려고 왔는데 어려움에 봉착되면서 살기가 난감하다는 거였다. 자신한 몸도 추스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중국어 강사를 하면서 식당 아르바이트에 유치원 보조교사,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 그녀.

한국에서 뿌리내리고 살며 어렵다고 손을 벌리기보다 주변을 살피는 그녀. 그녀는 이주여성이 아닌 이제 대한민국의 당당한 국민이다. 자신이 조금만 부지런하면 된다며 나눔에 거침없는 그 여자가 사는 법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함께 한 시간이 더해갈수록 작은 일도 상의하며 가족같이 지내고 있다. 가족 같은 그녀의 꿈이 이뤄지고 활동할 수 있는 체력이 된다면 나도 한몫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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