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영·취사로 몸살 앓는 대전 3대 하천

잔디밭 곳곳에 불 피운 흔적 등 ‘무질서 집합소’…규제할 규정 없어 자제 요청만

2013-07-14     이상문 기자

“날씨 더운 날은 야간에 하천변 산책하기 겁이 납니다”

아들과 함께 유등천에 상쾌하게 산책을 나온 신 모(40대·여)씨는 인상을 찌푸렸다.

초복을 맞은 13일 대전 3대(갑천·유등천·대전천) 하천이 고기 굽는 냄새와 야간 음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씨는 “날씨가 더워지면 더위를 피해 하천 잔디밭에서 저녁을 먹기위해 가족단위 사람들이 넘쳐난다”며“고기를 구워 먹는 것은 좋은데 쓰레기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고 지적했다.

더운 여름밤 대전 하천에서 고기를 구워먹거나 술판이 벌어지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조용히 시원한 바람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거나 인상을 쓰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 캠핑 열풍에 힘입어 하천 잔디밭에 텐트를 설치하고 취사와 흡연을 하는 것은 물론 고성방가나 노상방뇨 등 혐오스러운 행동을 하는 시민도 발견된다.

대전 유성구 어은동 갑천변과 엑스포다리 근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모차를 끌고 나와 애기와 함께 더위를 식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남을 배려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고기를 굽거나 술판을 벌인 시민도 적지 않았다.

일부 시민은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화투판을 벌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복수동 유등천 한 다리 아래도 저녁이 되자, 각양각색의 텐트가 촘촘히 들어섰다.

분명히 취사 및 야영 금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텐트 앞에서 고기를 굽는 등 취사를 하는 시민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잔디밭 곳곳에는 불을 피웠던 새까만 흔적이 남아 있고 고기를 굽고 버린 철망, 호일 쪼가리화장지 등이 널려있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김 모(30대·여)씨는 "유모차를 끌고나와 조용히 산책하고 싶은데 술먹고 무질서한 사람들 때문에 더위 만큼이나 짜증 스럽다“며”대전시나 해당구청이 대책을 세워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전시는 하천변 무질서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서울시와 부산시 등은 한강공원 등에서 취사·야영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하면 300만원 이내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이 있지만, 대전시는 이에 관한 규정이 없어 민원이 들어오면 담당공무원이 나가 자제를 요청할 뿐이다.

시 하천관리사업소의 한 관계자는 “하천 취사 행위 등으로 불편한 사람도 있지만, 시민의 여가 생활을 지나치게 규제한다는 측면도 있다”며 “도심 하천은 규제하고, 외곽 지역은 취사·야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문기자 sml88@dailyc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