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먹는 것(食)이 국방(兵)보다 더 중요하다’

“농업은 국가의 근본이다 농축산업은 우리 모두의 생명산업이자 자주 국방의 한 축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2013-12-01     충청신문
▲ 박 완 진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장

2011년 3월11일 일본 미야기현 오시카반도에 최악의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다.

언론사 보도를 통해 일본의 이재민 대피소에 써 놓은 ‘食糧(식량)’이라는 대형 글자를 찍은 한장의 사진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그 한 장의 사진은 ‘위기 때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한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먹을 것부터 챙기는 것은 본능이다. 2500년전 공자는 ‘먹는 것(食)이 국방(兵)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굳건한 식량안보는 국방보다 더 소중한 국가와 공동체의 ‘안전판’이라고 믿어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3%에 불과하다. 그것도 쌀을 제외하고는 미미한 수준(밀 0.8%, 콩 8.7%)이다. 연간 곡물 소비량 2000만 t의 74%(식용 500만 t, 사료용 1000만 t)를 수입하고 있다.

1980년대 1000만 명에 달했던 농가인구도 지난해 291만 명으로 감소했다. 농업은 생산성이 낮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타 산업에 비해 저평가 되고 있다. 이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를 걱정할 때가 왔다.

농축산업은 시장논리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기초산업이다. 농업이 사양산업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생명산업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우선 형성되어야 한다.

돈만 주면 먹을 걸 언제든,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는 생각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쌀 자급률 80%대, 식량자급률 23%대로 추락한 지금도 휴대폰, 자동차를 팔아서 외국에서 식량을 사오면 된다는 교과서적 비교우위론자들이 득세해서는 안되고 현실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식량주권을 잃은 나라는 국가의 주권도 상실한다는 세계사적 경고를 우리는 직시하고 깨달아야 한다.

정부가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2015년까지 25%에서 30%로 올렸다.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기상이변이 계속되고 세계 곡물 수급 전망이 급속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식량안보 자급 대응이 시급히 요구된다.

여기에 농경지 확보와 더불어 효율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더이상 농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유휴농경지, 4대강 수변구역, 간척지 등을 활용하고 겨울철에 노는 땅을 이용해 사료작물을 생산하면 수입 곡물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식량수입 국가를 다양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은 식량자급률이 낮지만 20여 년간 안정적인 해외 공급처를 확보했다. 중국도 식량자급률 목표를 95%로 설정하고 해외 식량 확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리도 해외 곡물 자원개발에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민간 차원의 해외 곡물 확보 방식에 의존하기보다는 공익적 성격이 강한 생산자 단체나 국가 차원의 개발 방식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축산농가도 사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사육시설을 개선하고 볏짚 등 대체사료 개발과 함께 경영 효율화로 고(高)곡물가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농업은 국가의 근본이다. 농축산업은 우리 모두의 생명산업이자 자주국방의 한 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