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새해에는 모두들 안녕하시기를...

2014-01-01     충청신문
▲ 한 진 걸 전 서구의원

지난해 말, 우리사회에 불어온 ‘안녕하십니까? 열풍’을 뒤로하고, 우리역사에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갑오년 새해를 맞이했다.

돌이키면 주변의 누군가에게 안녕한지를 여쭙기조차 민망했던 느낌은, 묵은 해를 보내고 저마다의 희망 하나씩은 간직하며 맞이하는 새로운 한 해를 무겁게 시작하게 되겠다는 감회라고 할까? 그래도 마침 갑오년을 다시 맞이하게 되었으니 반드시의 개혁은 아닐지라도 무언가의 변화를 갈망함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변화와 개혁은 어떻게 가능하고, 또 무엇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필자는 답을 말할 지혜가 없을뿐더러 그러한 입장도 못됨이니, 새롭게 한 해를 열어가는 벽두에 떠오르는 시 한편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안도현 시인은 신년을 맞이하여, “닭이 울어 해는 뜬다”며 이렇게 노래하였다.

 

“당신의 어깨 너머 해가 뜬다.

우리 맨 처음 입맞출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 당신의 어깨 너머 첫닭이 운다.

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 닭이 울어서 해는

뜨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처음 눈 뜬 두려움 때

문에 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울었기 때문에 세계가 눈을 뜬 것이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하고 나하고는 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

더도 덜도 말고 냉수 한 사발 마시자.

저 먼 동해 수평선이 아니라, 일출봉이 아니라, 냉수

사발 속에 뜨는 해를 보자.

 

첫닭이 우는 소리,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세상의 끝으로 울음소리 한번 내질러보자.”

 

잘난 사람이나 그렇지 못하거나,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따뜻함을 보내주는 해를 바라보는 마음속에 간직한 소망의 공통을 찾는다면 아마도 새 해에는 모두들 진정한 의미에서 안녕하신지를 떳떳하게 묻는 세상이 열리기를 바라마지 않을 것이다.

지난 날의 역사를 공부하고, 선현들의 지혜를 떠올리는 연유는 그 속에서, 해법을 찾아 새롭게 시작할 용기를 얻고자 함에 있다면 지난 아픔과 상처는 행복한 미래를 향한 시간의 흐름속에서 보다 성숙해지는 과정이란 믿음으로, 평화와 영광으로 승화되리란 확신을 지니게 된다. 언땅 속에 움트는 새싹들의 거룩한 숨결소리를 떠올리자면, 그러한 믿음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시에서 노래한 것처럼 먼저 박차고 일어나는 용기가 필요할 때이다.

그리고 ‘함께’의 정신을 다시금 되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모은다면 신문방송에 차고 넘치는 靑馬의 기운(박력, 생동감 등)이 현실이 될 것이다. 닫힌 가슴들 다 열리고, 움추린 어깨들 다 펼 수 있도록 정성을 모을 일이다. 공동체 정신은 구호가 아닌 실천일 수 있어야 한다.

“신뢰, 용기, 희망, 화해, 용서, 평화, 기쁨, 사랑, ...... 그리고 행동!”

새해 덕담으로 올리는 아름다운 단어들이다. 여러분 모두에게 고루고루 퍼져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지으시어 부디 안녕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