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잔치의 대학 등록금 대책

2008-03-03     충청신문/ 기자
올해 사립대 평균 등록금 인상률이 6~9% 였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사립대는 재정난을 내세워 무려 70%나 등록금을 인상시켰다. 때문에 대학들은 해마다 봄철만 되면 등록금 인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렇게 되자 정치권까지 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대학 등록금 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등록금 상한제와 등록금 후불제 등을 18대 총선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대학생과 학부모에게는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해마다 물가상승률의 몇 배씩 뛰는 대학 등록금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게 현안이 된 지 오래다.

이렇게 해마다 등록금을 인상시킨 대학들은 서울시내 사립대 69개교만해도 평균 108억원씩의 적립금을 책정했다. 이 돈은 대학들이 거의가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데 쓰인다. 그러나 남는 돈은 사실상 대학 등록금의 인상률 보다 많게 재단의 재산으로 빠져가고 있다.

등록금 인상분 이상의 돈이 재단의 재산 불리는데 쓰였으니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지금 대학 등록금이 서민은 물론이고 웬만한 중산층 가정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인상됐다. 급기야 인상된 등록금에 충격을 받은 학부모가 목숨을 끊는 사태가 벌어져 안타까운 일도 생겼다.

또 참다못한 대학생들은 총장실을 점거하는 사태도 일어 났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초지일관 등록금을 올렸고 그런 가운데 올해는 대학 등록금이 1천만원 시대로 진입해 대학가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런 등록금은 웬만한 도시 근로자의 석달치 월급에 해당되는 큰 돈이다.

그런데도 새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만 외칠 뿐, 이 문제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자 시민 단체들과 학생 단체가 발벗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대학 등록금은 뿌리가 깊고 매우 구조적인 문제가 담겨져 있다. 때문에 사립대학의 재정구조에 근본적인 개혁과 함께 등록금의 의존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 운영을 지원해야 할 재단이 도리어 적립금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건물 신축해 재단 재산을 불리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대다수 대학들이 학생복지나 연구 목적에 예산을 덜 집행하며 오히려 부동산 매입과 건물 신축비는 더 집행해 재단 재산을 증식하는 편법을 써 왔다.

이런 식으로 대학들은 해마다 수 천억원의 적립금을 쌓아 왔다. 경제가 어려운 탓으로 정부가 보조해 주는 대학등록금 대출 융자의 경우만해도 대전, 충남권이 전국에서 제주 다음으로 가장 부진한 회수 실적도 보이고 있음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사학 재단의 개혁 없이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새학기 연례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등록금 인상 대책에 정치권이나 새 정부가 말 잔치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임명섭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