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바꿔놓은 578억원
2008-08-17 충청신문/ 기자
살고 있는 아파트를 제외한 전재산을 기부금으로 내놓은 것은 국내에서 개인이 대학에 낸 기부금으로는 류 종신교수가 사상 최고액이다. 아직까지 우리의 기부문화가 미약한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류 종신교수의 뜻이 우리 기부문화 발전에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류 종신교수는 덧붙였다.
그런데 우리의 기부문화는 국민 1인당 기부액이 2006년 4천535원으로 미국의 1만1천943원에 비해 크게 낮고 또 개인 기부와 기업, 법인의 비율도 3대 7로 선진국의 7대3과 대조적이여 기부제도의 개선 수요를 말해주는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류 종신교수는 평생 소원인 대한민국의 과학입국 달성에 일조하기 위해 기부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사업가도 아닌 학자 개인이 대학에 낸 기부금 가운데 사상 최고액을 기탁한 것을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노망이 든 것 아니냐”는 헛 소리까지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류 종신교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람 있는 곳에 재산을 환원할 방안을 놓고 고심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모교 등을 놓아두고 개인적으로 인연이 전혀 없는 KIAST에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한 것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백년대계를 위해 결단한 것이다. 과학기술 수준은 그 나라 국력의 척도이고 미래의 지속적 성장과 선진국 진입이 과학기술 발전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일을 저지르게 됐다고 한다.
게다가 감명스런 것은 그가 인생을 마감하기 직전이 아니라 건강할 때 전 재산을 기부한 뒤 기부자와 기부를 받은 기관이 협력해 그 기관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게 했다는 점이 특이했다. 기부는 죽음을 임박해 돈 쓸 곳이 없어서 하는 기부는 이제 없어져야 된다는 것이 류 종신교수의 바꿔진 기부문화의 이유다.
재벌들이 각종 스캔들로 궁지에 몰릴 때 재산 헌납을 하는 것이 고작이였다. 더구나 개인의 기부 사례는 매우 드물어 우리의 기부문화가 인색했음은 새삼 거론 할 필요도 없다. 이번 류 종신교수의 기부가 한국 사회를 ‘나눔의 사회’로 환골탈태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이번 기부사례를 근거로 앞으로 제2, 제3의 류 박사가 나오는 등 우리 사회 전반의 기부문화가 새롭게 확산되는 자극제가 되길 기대한다.
임명섭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