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꽃의 권력

2015-03-17     충청신문

꽃의 권력

고재종 시인

 

꽃을 꽃이라고 가만 불러보면

눈앞에 이는

홍색 자색 연분홍 물결

 

꽃이 꽃이라서 가만 코에 대보면

물큰, 향기는 알 수도 없이 해독된다

 

꽃 속에 번개가 있고

번개는 영영

찰나의 황홀을 각인하는데

 

꽃핀 쳐녀들의 얼굴에서

오만 가지의 꽃들을 읽는 나의 난봉은

 

벌 나비가 먼저 알고

담 너머 대붕大鵬도 다 아는 일이어서

 

나는 이미 난 길들의 지도를 버리고

하릴없는 꽃길에서는

꽃의 권력을 따른다

 

시평) 꽃에 대한 사유가 새로운 반전을 끌어들이고 있네요. 그래서 시인은 자연물인 꽃에서 느끼는 빛깔과 향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꽃핀 처녀들의 얼굴에서/오만 가지의 꽃들을 읽는 나의 난봉은” 벌 나비와 담 너머 대붕까지 아는 일이어서 그냥 이것저것 따져 물을 것 없이 “하릴없는 꽃길에서는/ 꽃의 권력을 따른다”고 하네요. 꽃의 권력이라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구절입니다. (조용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