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속으로] 김영란법 문제 있다고? 자신부터 돌아보라

2015-03-26     충청신문
▲ 우 희 창 목원대 광고홍보언론학과 외래강사
죽은 공명이 살아 돌아온 것일까? 엊그제 정의화 국회의장이 한 토론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에 “언론은 적용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언론인을 포함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논란이 정리됐고 국회통과는 물론이고 국무회의에서조차 심의 의결 공포되었는데, 그렇게 죽었던 불씨를 되살렸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정의장은 지역 중견언론인 모임인 ‘세종포럼’ 주최 토론회에서 “우리 사회 기풍을 올바르게 해 부정하지 않고 정당한 일을 하고 보수를 요구하는 정상적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며 “그런 기풍이 만들어지면 사회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지 공공 아닌 언론까지 다 포함하면 우리 사회는 분명히 경찰국가 검찰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언론인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립 서비스 차원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언론계의 압력이나 로비를 받아 어쩔 수 없이 말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입법기관의 의결과 행정기관의 공포로 모든 절차를 마친 법안에 대해 소위 입법기관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왈가왈부하는 모습은 왠지 개운치 않다.
 
주지하다시피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이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법 자체가 참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법 제정과정에서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용두사미로 왜곡되고 누더기가 되어 너덜너덜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법을 제정한 국회의원 자신들은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 데다, 금품수수에 있어 수수자의 범위를 배우자로 한정해 허점투성이의 법으로 만들어 놓았다. 처벌도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솜방망이에 그치게 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의 제정이라든가, 검찰의 권력 강화에 대한 견제 수단의 마련이라든가 하는 대책마련도 후속조치로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엉뚱하게도 언론인에 대한 법적용 문제만 들먹거린다.
 
 정의장의 발언이 나오자 일부 언론들은 “언론인 제외”라는 타이틀로 대서특필 해댄다. 하기야 몇몇 언론인, 정치인, 법조인들은 이 법이 공식적으로 시행되기도 전에 위헌요소 때문에 개정해야 한다고 벌써부터 설레발치고 있던 상황이었다. 더하여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으니 말해 무엇하랴.
 
이들의 주장을 보면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을 넣은 것을 ‘민간영역에 대한 과잉규제’라고 한다. 언론을 ‘민간영역’으로 본 것인데, 공공의 소유인 전파에 대해, 다루는 뉴스의 공공성에 대해서는 입 다문다. 게다가 이놈의 영역은 필요할 때마다 ‘공공’과 ‘민간’을 왔다 갔다 한다. 각종 법령과 기관을 통해 받는 그 엄청난 혜택과 지원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공공영역’이라고 규정하면서 규제에 대해서는 ‘민간영역’이라며 빠져나가려 한다. 귀에 걸면 귀걸이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인가? 낯부끄러운 일이다.
 
‘언론자유의 침해’라는 주장도 그렇다. 부정청탁, 금품수수 안하면 된다. 이 법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저널리즘에 충실한 언론인의 ‘언론자유’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돼지에게 진주목걸이이듯이 부패한 언론인에게 숭고한 ‘언론자유’의 가치는 아무런 소용없고 그 둘 사이엔 인과관계도 없다. 
 
이런 주장, 저런 변명 모두 해봐야 제 발 저리거나 뒤가 구리다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말이 안된다 싶으니 이 법이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라 겁박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부정청탁 금품수수로 경제를 살려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 천박한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진실로 묻는다. 그간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만큼 치열했던 적이 있었는지 말이다. 불량권력에 의해 양심적 언론인들이 쫓겨나고 언론자유가 위축될 때도 이렇게 집요했던가?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국민적 비난에 직면했던 게 엊그제였다. 이완구 총리의 ‘김치찌개’ 발언으로 언론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게 바로 얼마 전이었다. 오늘도 종편에서는 아무런 근거 없이 마녀사냥식 ‘종북몰이’를 하고 있고 약탈적인 광고영업으로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김영란법’ 문제 있다 말하기 전에 스스로 자신부터 되돌아보길 권한다. 그리고 제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치열해져 보시라. 다수의 양심적 언론인들 얼굴에 먹칠이나 하지 말고…
 
우 희 창 목원대 광고홍보언론학과 외래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