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교권 보호에 스스로 나섰다

2010-12-21     뉴스관리자 기자
학생들의 교권침해 행위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이런 교육 현장의 불상사가 갈수록 불거져 교사 인권조례 제정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며칠 전 ‘개념 없는 중딩(중학생)’이란 제목으로 전파된 동영상이 그 물증이됐다.

휴대전화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 속 중학생들은 여교사에게 성희롱 발언을 퍼붓는다.

교실에서 학생들이 여교사를 성희롱하는 동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우리 교육 현장이 처한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분37초짜리 동영상은 30대 여교사에게 남학생이 “선생님, 애 낳으셨어요?”라는 등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이에 가세한 학생 서너 명도 번갈아 가며 첫 키스, 첫 경험, 초경을 반말로 조롱하듯 물었다. 당황한 여교사가 주의를 주려고 다가서자 “가까이 보니 진짜 예쁘네”라는 당치도 않은 말까지 내뱉었다. 학생은 여교사를 사제지간이 아니라 이성으로 여기는 말투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집단 린치나 따다름 없다. 공교육과 교권의 붕괴를 상징하는 동영상 풍경이 예외적 현상도 아니기에 입맛이 더욱 쓰다. 스승을 대하는 행태가 이럴 수는 없다. 만약 남자 교장, 교감, 교사가 똑같은 말과 행동을 여교사에게 했다면 성희롱 파문이 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달 인천의 한 중학교에선 40대 여교사가 남학생을 나무라다 얼굴을 얻어맞았다. 또 순천에선 여중생이 50대 여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8일 성남의 한 초등학교에선 싸움을 말리던 여교사가 얼굴을 얻어맞아 피를 흘렸다.

또 지난 16일 수원시 화서동 모 고교에서 영어담당 25세 여교사가 1학년 보충수업에 교재를 가지고 오지 않아 꾸짖자 격분한 남학생이 욕설과 함께 여교사의 얼굴을 3대나 대려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강릉의 한 중학교에선 남자 중학생에게 “왜 수업에 늦느냐”고 나무라는 여교사의 목을 조르고 침을 뱉은 사건도 있었다.

이런 교사 폭력사건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제 초·중·고 가릴 것 없이 교권붕괴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개탄스럽기만 하다. 공교육 현장이 이런 지경인데도 체벌 금지를 앞세워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고 “교육의 새 역사가 열렸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니 한심스럽고 기가 막힐 뿐이다.

교사들 사이에선 교단에 서는 게 두렵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됐다. 학생보다 교사 인권조례 제정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교권보호법 제정 청원에 서명한 교사만도 벌써 21만명에 달할 정도다.

공교육을 살리고 선량한 학생들의 소중한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교실이 무법천지가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폭행이나 폭언을 당한 사건이 지난해 108건이었다. 쉬쉬해 묻어 버린 사건이 몇 곱절 많을 것이다. 게다가 피해에 대비해 교총이 운영하는 교원배상책임보험 상품에 교사 7500명이 가입했다는 사실이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긴박한 상황이 됐다. 이제 거꾸로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교사의 권리를 지키고자 교권보호법을 제정해 달라고 청원하는 세상으로 바꿔졌다. 교총이 주도하는 이 법의 입법청원에 교사 20만명이 서명했다. 무너지고 땅에 떨어진 교사의 권위를 일으켜 세울 방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임명섭/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