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전방문의 해×3’ 유감
2019-01-17 황천규 기자
[충청신문=대전] 황천규 기자 = “올 한 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거라.”
자식의 대답은 이랬다. “아닙니다. 재수, 삼수를 하더라도 원하는 대학에 가겠습니다.”
살림형편이 넉넉지 않은 부모의 속은 타들어 갔다.
대전방문의 해를 3년 연속 진행하겠다는 대전시의 입장이 딱 이 수험생과 같다.
1년 공부해서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는 자신감 결여가 원인이다.
그동안 공부는 안하고 빈둥대다가 재수, 삼수래도 하겠다는 심보다. 그동안 준비가 미흡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시는 지난달 서울에서 대대적인 대전방문의 해 선포식을 가졌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풍성하게 준비했으니 2019년 대전을 찾아달라는 것.
이 것은 대내외적인 약속이다.
그런데 한 달도 안돼 이를 어긴 것이다.
대전방문의 해는 올해 시 최대 역점사업이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콘셉트 재설정, 사업 재조정을 하며 대전방문의 해를 3년간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전방문의 해가 ‘대전방문의 해, 해, 해’가 된 것이다.
시민들은 어리둥절했다.
지난해에는 뭐하고 있다가 방문의 해가 시작되자 마자 판을 엎고 다시 시작하려는지 말이다.
새해 단행된 시 조직 개편과 인사 여파가 방문의 해까지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새 술에 새 부대에 담듯이 방문의 해도 새판을 짠 것 아니냐는 얘기다.
행정의 근본은 신뢰와 지속성이다. 그런데 사람이 바뀌었다고 사업도 덩달아 춤을 추면 안된다.
‘대전방문의 해, 해, 해’가 걱정되는 이유다.
올 한 해 초집중을 해도 500만 유치가 만만한 게 아니다.
단지 500만 목표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대전의 관광자원을 새롭게 보고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전에는 근대문화유산, 대덕연구단지같은 하드웨어와 회덕을 기점으로 한 선비정신같은 소프트웨어가 지천이다.
대전의 허난설헌이라고 불리는 김호연재도 그렇다.
이런 자원에 스토리텔링을 입힌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공자도 제 고향에서는 대접을 못받았듯이 너무 가까이 있어 인식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전남 순천이나 충북 단양, 그리고 전주 한옥마을을 부러워만 할 일이 아니다. 대전만의 특화된 콘텐츠를 개발하기 나름이다.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이제 시작이다 생각하고 대전의 관광 인프라를 새로이 구축하고 이미지를 리모델링 할 때다.
2021년 1000만 관광객이 찾는 대전을 생각하면 흐뭇하다. 올 한 해가 이같은 관광 도시 대전의 기틀을 잡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