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전통시장
이종구 수필가
2019-12-25 충청신문
어쩌다 아내가, 반찬거리를 사오라고 부탁을 하면 쪼르르 달려가 두부도 사고, 생선도 사고, 콩나물도 사오곤 한다. 국물을 올려놓고 사와도 되는 거리 - 시장이 부식 창고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준 셈이다. 물건을 사러 가는 발걸걸음에 흥이난다. 단골 상점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물건을 사지 않아도 가끔 들려 차도 얻어 마신다. 상인들과 안부도 나누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특색을 띤 전통시장이 있다. 대전 역 앞부터 대전천까지 이르는 대전중앙시장은 거리마다 건어물거리, 공구거리, 생선골목, 한의약거리, 한복거리, 먹자골목 등으로 블록이 나뉘어져 있고, 최근 아케이트와 제 2 주차장이 설치되고 먹거리가 풍부하며 새벽 5시부터 도깨비 시장이 열리는 청주의 육거리종합시장, 제철과일, 제철채소 등을 만날 수 있는 전주 모래내시장 등은 인근지역까지 소문난 시장들이다. 그 외도 전국적으로 도시마다 특색 있는 전통시장이 형성되어 관광의 한 코스가 되기도 한다. 옹기로 유명한 울주 남창옹기종기 시장은 100여 년 전에 형성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뉴스에 의하면 울주군은 ‘남창 옹기종기 5일장’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 골목을 걸으면서 물건을 흥정하는 모습을 보면 정겨운 얼굴에 담긴 웃음이, 긴 세월 팔고 사는 사이에 한데 뭉쳐 정이라는 줄로 묶여 있기에 좋은 시장이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전통시장이지만 가끔은 문을 닫는 가게들이 있다. 개개인의 사정이겠지만 전보다 자영업이 어렵다고 한다. 한, 둘 있던 종업원을 내보내고 가족들이 운영하는 상점이 늘고 있다. 최저임금제 등과 경기 침체의 여파라고 한다. 요즘은 전통시장의 추억을 살리기 위해 대형 마트나 백화점등에서도 전통시장형의 음식 가게가 생겨나고 있어 걱정이라고 한다.
어렵게 살아 온 올해를 보내면서 새해에는 사는 사람은 넉넉하게 사고, 파는 사람은 많이 팔 수 있게 나라를 이끌어 가는 분들이 서민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우리들의 경제가 나아지도록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