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일보일경(一步一景)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2020-01-12 충청신문
요사이 동기들끼리 만나서 수다를 떨다보며 정해지는 주제가 늘 ‘여유’에 관한 내용이 된다. 그리고 다들 퇴직하고 나면 무조건으로 유럽이든 한국이든 본인들의 둥지에서 벗어나 1년 정도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쉐어 하우스 생활을 하고 싶다고 한다. 물론 나도 그러하다.
일보일경(一步一景)을 ‘한 걸음 걸을 때 마다 하나씩 보인다’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 말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보이는 경치가 남다름을 강조하는 말이다. 기쁜 마음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도 아주 괜찮을 것 같다. 즉, 10년 후 20년 후 변화된 내 모습, 내 자리의 무게도 중요 하지만 오늘 혹은 그 다음날 마주 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더욱 소중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각자의 삶의 최종목적지는 다르다. 허지만 행복해지는 것을 바라는 것은 같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매 순간 행복해야 돠고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것이 모두가 가는 길의 목적지이면서 목표가 된다. 사실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것도 예측하지 않고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고 작은 일이라도 낙담하지 말고 들뜨지도 말고 어제가 오늘처럼, 오늘이 내일처럼 묵묵히 모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리고 변함없이 오늘이 내일처럼 묵묵히 모두의 그 자리에서 또한 일보일경(一步一景)하면 된다. 아울러 치장하지 않은 순수한 나만의 가장 나답게 세상 사람들에게 보답하면 될 것이다.
일보일경(一步一景)하면 우리 모두에게는 공평하게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므로 일보일경(一步一景)에 순응하면서 살면 된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의 인생이 모두가 삶의 먼 목적지를 꼭 다 알아내고서야 출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차분히 한걸음 한걸음 하루를 시작하면 되고 받아들이면 행복해 질 것이다. 그러면 진정한 여유가 존재하는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딸 아이가 미리 검색해둔 카페근방까지 자전거에서 내려 총총히 걸어왔는데 모처럼 겨울바람이 상큼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그리고 마음을 비우니 하루가 여유롭고 동행해준 딸아이에게도 그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