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백·내수부진·관세압박 '위기의 한국경제' 돌파구는?
소비·투자·환율 등 불안 여전...경제계 "추경 등 초당적 협력 최우선 과제"
2025-04-06 박정하 기자
미국 정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관세가 적용되는 부품에는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전동장치), 전기 부품 등이 포함됐다.
미국의 '관세폭탄'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충청권 등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수출 주력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납품 물량 감소 등 경제 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추가 관세에 대한 협상이나 기존 관세 조정 등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는 게 경제계의 설명이다.
탄핵정국이 이어지던 순간에도 물가는 줄줄이 올랐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1% 올랐다. 특히 라면, 맥주, 햄버거, 커피, 빵, 냉동만두, 아이스크림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3%대로 치솟았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먹거리 물가가 짧은 시간에 안정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압박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 국내 먹거리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 등도 불안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로 국내 정치적 불안 요소가 일정 부분 해소됐지만, 원·달러는 여전히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탄핵 인용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돼 단기적으로는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미국 경기 악화에 따른 달러값 약세에도 글로벌 경기 하강 국면에 따른 우리나라 수출 타격과 저성장 우려에 원화값의 가파른 반등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1인당 9600만원을 육박하는 가계 대출(2024년 4분기 말 기준)도 내수 부진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023년 4분기 말(9367만원)보다는 200만원 가까이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면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결국 내수 부진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경제 성장률도 암운이 깔렸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0.1%로 세계 주요국들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올해 1분기도 뚜렷한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같은 국내 경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립과 갈등을 봉합하고 민생 안정에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경제계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 투입이 조기 대선 이후로 미뤄질 경우엔 하반기에도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소비·투자 활성화, 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 강화, 일자리 창출 등 국내 경제를 살리기 위한 추경 합의 등 초당적 협력이 위기 극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