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쳡] "또다시 비워진 시장실…천안 정치, 책임은 왜 시민 몫인가"

장선화 천안본부 부장

2025-04-24     장선화 기자
▲ 장선화 천안본부 부장
“아니, 또야?”

박상돈 전 천안시장의 대법원 유죄 확정 소식이 전해진 24일, 천안시청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이 내뱉은 이 말엔 씁쓸한 실소와 허탈한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누군가는 한탄이라 했고, 누군가는 체념이라 했다. 하지만 모두가 공감했다. 이 장면이 너무 익숙하다는 사실에.

민선 7기에 이어 민선 8기에서도 시장 궐위.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확정. 권한대행 체제 전환. 그리고 행정 공백.
이제는 천안 정치의 고질병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은 늘 '책임'을 말하지만, 그 책임은 기어이 시민이 진다.

박 전 시장은 선거공보에 허위 사실을 기재하고, 공무원에게 선거 영상 제작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결국 법원은 “다수 선거 경험이 있는 자가 법의 취지를 몰랐을 리 없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이로써 시장직은 상실됐고, 천안시는 약 1년 1개월 동안 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시정을 이어가야 한다.

정치인의 일탈, 당의 책임 회피, 반복되는 리더십 공백.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행정의 안정성과 시민의 신뢰다. 정의당 충남도당 천안시지역위원회는 "국민의힘은 다음 지방선거에서 천안시장 후보를 내지 않는 결단을 해야 한다"며 책임 정치 실현을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협의회도 "이번 사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천안 정치의 구조적 병폐가 드러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이은 당선무효, 반복되는 중도 낙마 사태에 시민사회는 △행정 감사 △선거 개입 조사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강력히 촉구했다.

행정 내부의 반응도 예외는 아니었다.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은 “시장 부재는 시민 신뢰를 떨어뜨리고 공직사회에 혼란을 초래한다”며 “어떠한 정치적 외압에도 흔들림 없이 시민을 위한 행정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공무원의 직무상 중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며, 부당한 지시와 외압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누가 후보를 공천했고,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왜 시민은 선거 후마다 자책과 실망을 반복해야 하는가.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일부 시의원들과 시민들은 국민의힘에 “천안시장 후보 공천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 목소리엔 정치권 전반에 대한 깊은 실망과 회의가 스며 있다. 선거가 더 이상 ‘희망’이 아닌 ‘공백의 전조’로 읽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정치는 책임이다.

하지만 천안의 정치는 그 무게를 유권자가 대신 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 사태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이대로 계속될 순 없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한 정치인지, 시민은 이제 정말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