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따뜻한 위로…대흥동 ‘몽심’
[기획 연재] 빵순이 기자의 최애 Pick
[충청신문=대전] 김미영 기자 = 빗소리에 국물이 떠오를 법한 날씨였지만, 그날은 빵을 향한 발걸음이 더 먼저였다. 빵순이라면 비바람쯤은 대수롭지 않다. 지난 9일 오전 10시, 거센 바람과 굵은 비가 쏟아지던 대전 중구 대흥동. 기자는 우산을 꼭 쥔 채, 작은 빵집 ‘몽심’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몽심은 마들렌과 휘낭시에 등 구움과자로 유명한 테이크아웃 전문 베이커리다. 평소 긴 웨이팅으로도 잘 알려진 이곳은, 빗줄기가 강하게 내린 덕에 이날은 비교적 줄이 짧았다. 20분 정도 줄을 서는 동안,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내부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버터향이 어우러져 기다림마저도 설렘으로 바뀌었다.
이곳은 2022년과 2024년 대전 빵축제 ‘빵 어워즈’에서 1위를 연이어 차지하며, 오랜 인기만큼 실력을 다시금 입증한 베이커리다. 그 명성을 따라 골목 끝 작은 가게 앞에 도착하면, 문을 열기도 전부터 기대감이 은근히 차오른다.
매장 앞의 파란 여닫이문도 인상적이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든 채 그 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놀이공원의 인기 놀이기구 줄을 기다리는 풍경처럼 느껴졌다. 내부는 한 번에 두 팀만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지만, 공간을 가득 메운 갓 구운 빵 진열대는 그 자체로 따뜻한 환영처럼 다가왔다.
◎ 몽심의 대표 빵들, 한 입의 인상
다음으로 맛본 건 얼그레이 까눌레. 겉은 딱딱할 거라 예상했지만, 얇고 바삭한 껍질이 겹겹이 싸여 있어 오히려 가볍고 섬세한 식감이었다.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웠고, 반죽 안에 스며든 얼그레이 향이 입안에 은은하게 번졌다. 묵직하기보다 정제된 단맛과 향으로 마무리되는, 조용한 인상의 까눌레였다.
이어 맛본 클래식 휘낭시에는 단정하고 안정적인 맛이었다. 버터향이 입안에 부드럽게 퍼졌고, 겉면은 바삭하게 구워져 고소한 여운이 오래 남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하게 오래 남는 맛. 이름 그대로 ‘클래식’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휘낭시에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무화과 루꼴라 샌드위치였다. 첫 입부터 들리는 ‘바삭’한 소리, 그리고 루꼴라 특유의 향긋함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무화과 스프레드는 식감 사이사이 부드럽게 스며들며 자연스러운 단맛을 더했다. 샌드위치 안의 각 재료들이 제 몫을 정확히 해내고 있었고, 그 조화는 꽤 정교하게 느껴졌다.
◎ 몽심, 이런 점이 좋았어요!
몽심은 작은 공간과 웨이팅조차 이곳만의 분위기로 바꿔낸다. 매장 내 취식은 불가능하지만, 윈터커피로스터스, 올드하우스, 매머드커피 대흥점 등 인근 베이커리를 판매하지 않는 카페와 협력해 손님들이 빵을 편히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가게들 사이의 배려 덕분에 골목 전체가 따뜻한 상생의 분위기를 이룬다.
눈에 띄는 포장이나 화려한 구성 없이도, 맛 하나로 충분히 기억에 남는 곳이다. 직접 고른 빵을 누군가에게 건넬 때의 만족감까지 함께 전해진다.
◎ 빵순이 기자의 한마디
오래 기다린 빵일수록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비바람 속에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게 만든 몽심은, 그 기다림마저 따뜻한 경험으로 바꿔주는 공간이었다. 작은 빵 하나에 담긴 정성과 여운이 긴 하루의 피로를 조용히 덜어주는 순간. 이번 주말, 골목 끝 작은 빵집에서 한 조각의 여유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다음 주에도 ‘빵순이 기자의 최애 Pick’은 계속된다.
ㆍ몽심 가이드ㆍ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6시
대표 메뉴 : 피칸프레소 마들렌, 얼그레이 까눌레, 클래식 휘낭시에
주차 정보 : 매장 앞 주차 공간 없음 / 대흥동 공영주차장 또는 도보 이동 추천
추천 시간 : 오픈 직후 또는 오후 3시 전후 (빵이 가장 다양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