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무주 국가유산야행, 무주의 밤이 깨어난다… 문화유산 따라 걷는 이틀간의 야행
13~14일, 무주 한풍루·사랑의 다리 등 6곳서 야경·공연·체험 프로그램 진행
[충청신문=대전] 김해인 기자 = 무주의 밤이 깨어난다. 해가 지고 서늘한 기운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무주읍 곳곳에 불이 켜진다. 고요한 한풍루의 처마에는 은은한 조명이 드리워지고, 사랑의 다리 위에는 연인과 가족의 그림자가 조심스럽게 내려앉는다. 어둠을 배경 삼아 피어나는 이 장면은, 단순한 밤마실이 아닌 ‘2025 무주 국가유산야행’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이틀을 알리는 신호다.
오는 13일(금)부터 14일(토)까지, 이틀 동안 펼쳐지는 무주 국가유산야행은 무주의 밤을 걷고, 보고, 듣고, 나누는 축제다. 지역의 대표 문화유산과 공간들을 밤 시간에 개방하고, 그 안에서 예술과 체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야행은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다. 2022년 첫 시작 이후 무주의 여름밤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주민과 관람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 야행’으로 거듭났다.
이번 축제의 무대는 총 6곳이다. 조선 후기 누각이자 무주 사람들의 정신이 깃든 한풍루, 조선의 풍류 화가 최북을 기리는 최북미술관, 한국문학의 씨앗 김환태의 정신이 깃든 김환태문학관, 어린이를 위한 체험 공간 상상반디숲, 낭만 가득한 사랑의 다리, 그리고 퍼레이드와 공연의 중심이 되는 무주군청 앞 광장이 무대가 된다. 각각의 장소는 고유한 이야기와 분위기를 품고 있으며, 야행의 밤은 그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낸다.
이처럼 공간이 이야기를 품은 무대가 되는 가운데, 무주의 밤은 더욱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진다.
7夜 프로그램
이 여섯 곳의 공간을 무대로, 무주의 밤은 일곱 가지 이야기로 펼쳐진다. 축제를 구성하는 핵심은 바로 ‘7夜 프로그램’이다.
‘7夜’는 야경(夜景), 야로(夜路), 야사(夜史), 야화(夜畵), 야설(夜說), 야시(夜市), 야식(夜食)으로 구성된 일곱 가지 밤의 테마 프로그램이다. 각기 다른 테마는 축제의 공간에서 체험과 전시, 공연과 먹거리로 확장되어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이어지는 각 프로그램은 무주의 밤을 구성하는 다채로운 장면이 되어, 관람객이 그 속을 직접 걷고 머무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야경’은 밤에만 드러나는 유산의 분위기를 담아낸다. 야간 개방된 문화재에서 도슨트의 해설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면, 평범했던 건물과 구조물들이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특히 한풍루는 부드러운 조명이 더해져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야로’는 거리 위에서 축제를 체감하는 여정이다. 프리마켓, 소원등 만들기 등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이어진다. 밤공기 속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야사’는 이야기가 살아 있는 무대다. 전통문화 스토리텔링과 해설극이 무주의 유산을 생생히 풀어내며, 청소년이 함께하는 무대는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의 장이 된다. 관객은 그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경계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야화’는 무주의 유산을 주제로 한 전시와 만들기 체험을 통해 예술과 전통을 연결한다. 무주국가유산 사진전과 조선왕조실록 서책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며, 조용한 공간 속에서 차분히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인상 깊다.
‘야설’은 무주의 밤을 울리는 무대다. 첫째 날인 13일에는 무주군청 앞 광장에서 국악인 박애리와 무주군 아란 꿈의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열린다. 다음 날인 14일에는 태권도 시범공연, 퓨전국악, 버블쇼, 북청사자놀음 등 지역 예술 단체들이 릴레이로 무대에 올라 축제 분위기를 이어간다.
‘야시’는 무주의 진상품과 특산물을 만날 수 있는 장터다. 농산물부터 기념품까지, 이곳을 찾은 이들이 무주의 맛과 멋을 담아갈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야식’은 지역 먹거리를 나누는 공간이다. 무주 음식 판매 장터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번 축제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바로 14일 오후 8시 30분, 사랑의 다리 위에서 펼쳐지는 ‘안성낙화놀이’다. 천천히 타들어가는 불꽃이 조용히 밤하늘을 수놓고, 퍼지는 쑥 향은 감각의 기억으로 남는다. 요란한 폭죽 대신 잔잔한 불빛으로 물드는 이 순간, 무주의 밤은 말없이 관객의 마음을 채운다.
무주 국가유산야행은 단순한 문화 관람을 넘어선다. 스탬프투어를 통해 관람객들은 각 장소를 돌며 기념 도장을 모을 수 있고, 완주한 이들에게는 무주군 특산품과 굿즈가 경품으로 제공된다. 축제에 참여하며 유산을 걷고, 발자국마다 기억을 남기는 이 과정은 무주에서만 가능한 ‘문화 산책’이다.
무주군 관계자는 “무주국가유산야행은 지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이어주는 밤”이라며 “유산과 낭만, 공동체가 하나 되는 이 축제를 통해 무주의 가치를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 말처럼, 여운은 축제가 끝난 후에도 무주의 밤공기 속에 은은히 퍼진다. 유산과 사람, 기억과 풍경이 천천히 이어지는 이 밤은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무주의 조용한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과 그 이야기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 이번 주말, 한풍루 아래의 불빛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는 건 어떨까.
◆ 2025 무주 국가유산야행
장소: 전북 무주군 무주읍 일대
(한풍루, 최북미술관, 김환태문학관, 상상반디숲, 사랑의 다리, 무주군청 앞 광장 등)
기간: 2025년 6월 13일(금) ~ 6월 14일(토), 오후 6시 ~ 밤 11시
요금: 무료 (일부 체험·판매 부스는 유료 운영)
주차: 한풍루 일대 주차장, 최북미술관 & 김환태문학관 일대 주차장
◎ 교통
승용차: 무주IC → 무주읍 약 10분
대중교통: 무주공용버스터미널 하차 후 도보 이동 가능
◎ 숙박
무주읍·설천면 일대 숙소 및 무주덕유산리조트
◎ 프로그램
7夜 프로그램 (국가유산 해설, 공연, 프리마켓, 전시, 체험, 먹거리, 역사극)
안성낙화놀이 (14일 토요일 밤 8시 30분, 사랑의 다리)
◎ 관람 꿀팁
외투·담요 지참: 저녁 기온이 낮아 쌀쌀할 수 있으므로 따뜻하게 준비하자.
돗자리·방석 권장: 야외 공연 관람 시 편안한 착석을 위해 필요하다.
운동화 착용 필수: 축제 장소 대부분이 도보 이동 구간이므로 편한 신발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