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반발 불구 ‘해수부 부산行’ 속도 내는 정부

李대통령 “연내 이전 검토” 지시…공론화 절차 없이 신속 강행
신임 장관 후보로 부산 지역구 전재수 의원 지명

2025-06-24     최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신문] 최일 기자 = 이재명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의 거점 세종시의 위상을 저하시키지 말라’는 충청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을 연내에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취임 다음날인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신속한 이전 추진’을 지시한 데 이어 또다시 속도전을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23일 11개 부처 장관을 인선하면서 신임 해수부 장관 후보자로 부산 북구갑이 지역구인 3선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을 지명한 것도 다분히 해수부 부산 이전을 염두에 둔 인사로 분석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 후보자에 대해 “부산을 지역구로 둔 3선 의원으로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선대위의) 북극항로 개척 추진위원장을 맡았다”며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할 최적의 인사”라고 소개했다.

해수부 이전은 이 대통령이 “부산을 해양강국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며 21대 대선 기간 내건 부산·경남권(PK) 공약인데,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해 있는 해수부를 빼내려는 시도가 행정수도 완성에 역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충청권 4개 시·도와 시·도의회가 반대 입장을 천명하며 공약 철회를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철저히 외면한 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수부 공무원노조조차 ‘행정 비효율’ 문제를 제기하며 부산행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이 역시 무시당하고 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공론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 대통령의 독선적인 언행에 묻히고 있다.

여기엔 ‘세종시에서 부처 하나 빼내는 게 뭐 그리 큰일이냐’는 안이한 인식이 깔려 있다.

민선 9기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해수부 부산행’이 충청 민심 이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근자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충청을 희생양으로 PK 민심을 끌어안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지난 대선 기간 민주당 중앙선대위에 참여했던 대전의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이 어찌 보면 가장 쉬운 공약부터 이행을 하려는 것 같다. 중앙부처의 공간적 이동이야말로 국가권력의 힘으로 단기간에 실행할 수 있는 공약”이라고 말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한편, 해수부는 이전 추진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준비 작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타 부처 이전 사례를 살피며 관련 규정과 절차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예상보다 빠른 이전을 주문함에 따라 새 청사를 건립하는 대신 임대 형식으로 공간을 마련해 이전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가운데, 해수부는 이날 국정기획위원회에도 부산 이전 추진 상황을 보고했다.